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논술에 필요한 책을 읽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 논술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나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현직 중학교 국어 교사로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늘 받게 되는 질문이다.
너무 뻔한 말 같지만, 몇몇 수재를 제외하고는 공부에 지름길은 없다. 목적지에 빠르고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사이에 오히려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아예 엉뚱한 방향으로 멀어질 수도 있다.
중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논술 기술이 아니라 논술 능력이다. 중학교 과정에서 논술 공부는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 후에 치를 대입 논술 시험이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 사회 생활 중에도 쓰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논술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를 적극 활용하라
최근 논술 출제 경향은 교과 지식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깊이 있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해 문제 유형은 다소 복잡하고 까다롭게 보일 수 있지만 그 근원은 교과의 기본 개념이나 원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교과서는 정제된 지식을 학생의 지적 발달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모든 과목의 교과서에는 학생이 단원별로 학습 목표에 맞춰 공부를 한 뒤에 학습 활동이나 탐구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활동을 하도록 꾸며져 있다. 이런 활동은 논술 능력을 기르는 바탕이 된다.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함께 기본적인 교과 내용 학습을 충실히 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논술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문제 해결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고,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독(多讀)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이런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 논술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그 의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진정한 독서 방법이다.
○당차게 쓰자
사고가 무르익었다면 이를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연습은 꾸준히 지속할 때 의미가 있고, 효과도 볼 수 있다. 창의적이고 비판적 문제해결능력은 꾸준한 글쓰기 연습을 통해서도 길러질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 연습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 쓰기다. 하루의 일과 중 의미 있는 경험이나 생각을 하나 선정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풀어내는 일기 쓰기는 매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글쓰기 방법이다. 또, 신문 사설과 칼럼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글쓴이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써보는 것이다. 일부러 비판적인 입장이 되어 당차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 본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자
중학교 과정에서 논술을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얼마든지 더 있다. 교육방송(EBS) 논술 관련 강의 시청, 언론사의 논술 관련 서비스, 논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도 잘 활용하면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절대 서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충분히 훌륭한 논술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중학생에게는 분명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그러기에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나갈 수 있다.
김수학 서울 중동중 교사·EBS 중학국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