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치고 경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이는 거의 없었다. 정치가들이 국민에게 더 풍요한 밥상과 더 든든한 국방을 동시에 약속할 때마다 경제학자들은 불을 보듯 뻔하게 초래될 재난들을 경고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학파 경제학들은 틀렸다. 경제학은 ‘정확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일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법칙에 예외가 따르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다. ―본문 중에서》
추상적인 그래프와 수식, 그리고 뜻을 알 수 없는 전문용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경제학을 어렵다고 느낀다.
대중을 위한 경제학 서적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학 서적을 크게 이론, 인물과 사상, 실용서의 세 부분으로 구분했을 때, 인물과 사상을 정리한 입문서로서 추천할 만한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여느 경제학 서적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멋진 비유와 재치,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이 돋보인다.
역사상의 경제 사상가들은 좋든 싫든 ‘시장’이라는 거대한 현상과 씨름했다. 거기에서 여의주를 발견했든,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를 찾았든 그 누구도 시장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불가피한 연구와 고민의 결과들이 바로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의 구석구석을 장식하는 저 난해해 보이는(?) 개념들인 것이다.
그러나 부크홀츠를 통해서 이 개념들은 너무나 쉽게 풀린다. 예를 들어 한계주의 이론을 집대성한 마셜을 소개할 때, 그는 결코 마셜이 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가 실감할 만한 현재의 상황을 설정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컨대 ‘당신이 이탈리아에 가서 꿈같은 관광을 마쳤다고 하자. 이제 다음 차례로 오스트리아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귀국할 것인가. 당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이를 결정할 것인가’와 같은 방법으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의 원리를 쉽게 풀어간다.
신제도학파의 코스 교수의 공해문제 해결 방식을 설명할 때에도 그는 코스의 용어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 ‘조용히 지내던 당신의 옆집에 어느 날 프랭크 시내트라가 나이트클럽을 차려서 밤마다 시끄럽게 노래한다.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는 당신이 과연 그에게 당장 노래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만이 능사인가’와 같은 식으로 논의를 쉽게 풀어간다.
사실, 일상의 사례를 우화적으로 사용해 난해한 경제학적 개념을 소개한다고 해서 그 개념의 학술적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수식과 그래프에 의해 추상화된 상태보다 더욱 생생하게 본질이 전달되고, 가끔은 전공학자들조차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
수식과 그래프로 가득 찬 경제학 교과서를 접하고 지레 흥미를 잃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근대 시장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에서 출발해 현대 거시경제학의 합리적 기대의 이론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적어도 경제학의 골격을 조형한 핵심 개념은 모두 다루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경제학적인 사고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결코 전공자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 앞서 사물과 사회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고 깊이 고민했던 인물들의 족적을 흥미롭게 쫓아다니다 보면 그런 사고의 틀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은 경제학 안내서 겸 훈련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송경모 한국신용정보평가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