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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한국인 삶-가치 변화]보수층 10년새 두꺼워졌다

입력 | 2006-01-10 03:04:00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이념 성향이 보수화됐고,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소장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삶과 가치변화’를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이름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80여 개 국가가 동일한 설문 문항을 사용해 1980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10점 척도에서 1점을 ‘가장 진보적’, 10점을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을 때 응답자가 스스로 평가한 이념 점수는 1995년 5.33에서 2001년 5.43, 2005년 5.78로 진보에서 보수 쪽으로 옮겨 갔다. 10점 척도의 중간은 5.5점.

이번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중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보수’(7∼10점)라는 응답이 39.1%로 ‘중도’(5∼6점·32.3%)와 ‘진보’(1∼4점·28.6%)보다 많았다. 보수에 속한다는 응답은 1995년(29.3%)보다 9.8%포인트 늘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질문엔 응답자의 52.5%가 경제 성장을, 35.1%가 환경 보호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향후 10년간 이뤄야 할 국가목표’를 묻는 질문에선 57.9%가 ‘고도 경제성장’을 꼽아 ‘직장과 사회에서의 참여 증대’(23.9%)나 ‘국방 강화’(7.0%)보다 많았다.

또 ‘경제 안정’(75%)이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16.8%)이나 ‘범죄 소탕’(3.5%)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1995년 조사에서는 ‘경제 안정’이 50.0%였으며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이 35.3%였다.

기관 및 단체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단체로 환경운동단체(71.7%)를 꼽았으며 이어 인권·자선단체(71.2%), 여성운동단체(68.4%), TV(66.8%), 신문(64.3%), 시민단체(62.8%), 경찰(58.7%) 순이었다.

‘내일 총선이 실시되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엔 절반이 넘는 51.7%가 한나라당을 택했고 열린우리당(23.8%), 민주노동당(15.3%), 민주당(7.2%)이 뒤를 이었다. 또 ‘절대로 투표하고 싶지 않은 정당’은 열린우리당(37.1%), 한나라당(24.7%), 민주노동당(13.0%), 민주당(10.9%)의 순이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20대 “전쟁나면 나라위해 싸울것” 78% → 64%

지난 10년간 군대와 노동조합,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 반면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와 정치권보다는 시민단체를 더 신뢰한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사법부, 대기업-노조 신뢰도 역전=정부 조직과 단체, 기업 17곳 중 응답자들이 ‘완전히 신뢰한다’와 ‘약간 신뢰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환경운동단체. 71.7%의 응답자가 ‘환경단체를 믿는다’고 답변했다. 2위와 3위는 인권·자선단체(71.2%)와 여성운동단체(68.4%)가 차지했다.

다음은 TV-신문-시민단체-경찰-유엔-군대-사법부-대기업-교회-행정부-노조-전교조-국회-정당 순. 경찰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법부와 군대, 노조보다 ‘못 믿을 곳’이었으나 이제는 사법부보다 국민 신뢰도가 높은 조직으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대기업을 신뢰한다(50.2%)는 사람이 노조를 신뢰한다(43.4%)는 사람보다 많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잇단 비리 사건과 강경투쟁 노선으로 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1995년 56.5%에서 13%포인트 이상 추락하는 사이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비슷한 정도로 올라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5.0%의 응답자만이 신뢰한다고 대답했으나 국회(26.1%)와 정당(24.2%)보다는 신뢰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이들 기관·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전반적인 사회 불신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20대는 애국심 따로, 행동 따로=‘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자는 88.6%로 2001년에 비해 8%포인트가량 늘어났다. 특히 30, 40대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80%대였으나 20대에서는 50대, 60대 이상과 마찬가지로 9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증가한 것과 달리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응답자는 1995년 80.2%에서 72.7%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20대는 전쟁에 참가하겠다는 비율이 63.9%로 가장 적어 ‘애국심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인 기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삼기 싫은 사람’=응답자의 98.6%가 마약 상습 복용자의 집 옆에서 살기 싫다고 대답했다. 에이즈환자(93.5%)와 전과자(88.4%), 동성애자(87.3%)에 대한 거부감도 높았으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76.4%)에 대해서도 4명 중 3명이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종과 종교,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했다. 종교가 다른 사람과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26.4%에 불과했으며 다른 인종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싫다는 대답도 각각 36.5%와 32.1%였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이민자와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1995년 62.8%에서 2001년 50.0%, 2005년 조사에서는 38.7%로 눈에 띄게 줄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 커플에 대해서는 ‘이웃이 돼도 좋다’는 답변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