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맞아 프랑스에는 요즘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8일 그의 고향인 서남부 자르나크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리오넬 조스팽, 로랑 파비위스, 에디트 크레송, 장피에르 라파랭 등 전직 총리들을 포함해 수백 명이 참석했다. 특히 좌파 고위 정치인들은 대부분 얼굴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묘지에 헌화한 뒤 미테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그곳은 미테랑 박물관으로 꾸며져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이 밖에도 그가 시장으로 있었던 부르고뉴 지방의 샤토시농, 그의 별장 소재지인 남서부 라셰, 파리 시내의 사회당 본부 등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말 서점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미테랑 바람’은 10주기를 맞아 정점에 이르렀다. 그의 치적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다룬 책만 20여 권이 지난해부터 앞 다퉈 출간됐다.
그의 재임 시절 건축된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아랍 문화원에선 파리 시청의 주도로 그의 사진을 비롯한 기념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왜 프랑스인들은 미테랑을 그리워하는가.’ 국내외 언론들은 최근 분위기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꼽는 이유는 “미테랑 집권 시절까지는 프랑스가 과거의 힘과 명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것. 미테랑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철학자 자크 아탈리는 “사람들은 프랑스가 강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라면서 “미테랑은 프랑스의 마지막 왕이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까지는 프랑스가 유럽을 주도했고 세계의 정치와 경제, 학술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랬던 프랑스가 최근 들어 급격히 쇠락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통치하던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한다는 것. 특히 지난해에는 소요 사태, 올림픽 개최지 탈락, 유럽헌법 부결 같은 악재들이 동시 다발로 터져 프랑스 국민의 실망과 좌절은 극에 다다른 상황이다.
지난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미테랑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샤를 드골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기 인물로 꼽혔다.
이에 대한 일부의 반발도 있다. 우파인 여권에서는 “실업 문제를 비롯한 오늘날 문제의 대부분은 1980년대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됐다”고 꼬집기도 한다.
재임 말기에 빚어진 금품비리 및 도청 스캔들, 숨겨진 딸을 비롯한 복잡한 사생활 등 문제가 많은 대통령이었는데도 치적만 강조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