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태환(56) 감독은 ‘잡초’라고 불린다.
인맥과 학맥으로 얽힌 농구 코트에서 고졸 학력의 핸디캡을 딛고 ‘지도자의 꽃’이라는 프로 사령탑까지 올랐다.
초등학교, 중고교, 여자 실업팀과 대학 지도자를 거쳐 2000년 4월 프로 LG 지휘봉을 처음 잡았을 때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당시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고통이 있었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LG에서 네 시즌을 보낸 뒤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서울 강남에 고깃집을 냈고 TV 해설을 하며 1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다 지난해 SK 감독으로 코트에 컴백했다.
올 시즌 김 감독에 대한 기대는 컸다. 지난 시즌 SK는 호화 멤버 속에서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기에 ‘승부사’라는 김 감독 영입으로 재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SK는 혼전 양상 속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 그가 두 차례 대형 트레이드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형 신인 방성윤을 데려왔고 9일에는 전자랜드로부터 슈터 문경은까지 받아들였다.
이번 트레이드로 SK는 시즌 전 출전 엔트리 13명 가운데 9명이나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우려한 SK 고위층은 당초 문경은의 트레이드를 반대하기도 했다.
사실 김 감독의 트레이드 선호는 유별나다. LG 시절에도 자주 트레이드를 단행해 조우현 조성원 강동희 김영만 등 17명이나 교체했다. 자신의 색깔에 맞는 농구를 구사하기 위해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를 쓴 것. 그래서 선수 입장에선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연줄도 없이 정상의 지도자에 오른 그의 눈에는 프로답지 않은 나약한 모습에 불과할 게다.
김 감독은 새로 SK 유니폼을 입은 문경은과의 상견례에서 주장 전희철 임재현 방성윤을 불러 10일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였다. 시즌 중이지만 이번 주말까지 경기가 없고 무엇보다 팀워크를 다지는 게 중요했기 때문.
자칫 책임론을 불러올 수 있는 트레이드로 위기 탈출을 노린 김태환 감독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반환점을 돈 정규리그는 더욱 흥미롭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