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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대한상의 5만여 회원사 대표 손경식 회장

입력 | 2006-01-11 03:04:00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취임 2개월 만에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손 회장은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대국민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손경식(孫京植·67) CJ그룹 회장은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영인이다.

대한상의 회장 직을 맡기 전까지 30여 년을 삼성과 CJ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지만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적이 전혀 없다.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성격, 화려함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성품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그런 손 회장이 본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 선거라는 민감한 주제,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터져 나올 수도 있는 조심스러운 자리였지만 기꺼이 응해 줬다. 지난해 말 새로 입주한 대한상의 건물 20층 접견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과 말에서는 대한상의 5만여 회원사를 대표하는 수장(首長)으로서의 고민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대한상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목소리까지 대변하는 조직입니다. 규모가 다른 기업들 간 화합을 바탕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또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 개발에 힘써야겠죠.”

―반(反)기업 정서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컨설팅사 액센추어의 조사에서 한국이 22개 조사 대상국 중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반기업 정서의 배경에는 정경유착이나 분식회계 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윤리경영을 통해 몰라보게 투명해졌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기업은 국가의 자산입니다. 기업을 통해 국부(國富)가 창출됩니다. 기업이 잘하면 칭찬도 해 줘야 합니다. 온 국민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홍보에 나설 생각입니다. 이미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기업 제대로 알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반기업 정서가 담긴 교과서를 개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도 했습니다.”

―정부의 규제에 대해 아직도 재계의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도 노력을 많이 합니다. 2000년부터 약 400건의 규제 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후속 입법이 지연돼 규제 개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없애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부처 간 조정도 쉽지 않아요. 그 바람에 아직도 공장 하나 지으려면 인허가 절차를 밟는 데만 100일 넘게 걸립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나서 줬으면 합니다.”

올해 5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손 회장은 자칫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좇다 경제를 소홀히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이제 선거 때 기업이 정치자금을 염출(捻出)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지만 선거 과열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어 걱정입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선거 분위기를 틈타 이익단체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 줬으면 합니다.”

손 회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활동과 개정 사립학교법 파동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교육에서 형평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지식정보 사회를 주도할 창의력 있는 인재 육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 학교가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손 회장은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과 사돈 관계로 ‘범(汎)삼성가(家)’ 인물로 분류된다. 손 회장의 누나인 손복남(孫福男·73) CJ그룹 고문은 고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李孟熙) 씨와 결혼했다. 이재현(李在賢) ㈜CJ 회장이 그의 조카다.

그는 CJ가 삼성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3년까지 삼성에서 일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삼성전자를 탄생시키는 데 참여했으며, 35세가 되던 1974년에는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최연소 대표이사로 취임해 회사를 화재보험업계 1위에 올려놓았다.

1993년 7월 제일제당(현 CJ)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2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분리 당시 3개 계열사에 매출 1조5000억 원이던 그룹 규모가 지난해에는 55개 계열사에 매출 8조 원대로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CJ그룹 경영에 대해 묻겠습니다. CJ 신년사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밝히셨는데….

“CJ그룹은 4개 기존 사업 영역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해외 영역도 설비투자를 늘려 규모를 키울 생각입니다. 이제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털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지요.”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