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딸이 학교에서 점심을 굶었단다.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데 앞에 있던 아이가 남은 도시락 두 개 중 하나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밥을 못 먹게 된 딸은 수돗가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점심시간을 때웠다.
배고픔의 설움을 아는 사람은 한 끼 따뜻한 밥의 고마움을 너무도 잘 안다.
1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전북 군산의 건빵 도시락 파문’이 다시 떠오른다.
결식아동에게 지원하는 도시락이 형편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다.
한 끼 당 2500원 하는 도시락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이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면서 도시락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한 끼 당 낮은 가격이 문제라며 3500원으로 지원액을 높였다. 필자는 부실도시락 문제는 도시락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간 급식 지원액을 다 써버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재정이 바닥이 났고 부랴부랴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다.
올해도 결식아동 지원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결식아동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은 결식아동지원이 저소득층의 생존권과 사회안전망 문제이므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여러 시도와 교육청이 올해 결식아동 지원비를 줄였다. 지난해와 같이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결식아동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결식아동은 단순히 불우이웃돕기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긴 겨울에 두어 달치 식사쿠폰을 결식아동에게 전달하고 나면 우리의 할일을 다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결식아동을 보는 사회적 시각의 전환과 중장기적인 예산 확보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sommers202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