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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논평]‘상향식 민주주의’ 허상 드러낸 유령당원 소동

입력 | 2006-01-11 17:53:00


열린우리당이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워온 기간당원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봉천 본동에 사는 노인 156명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에 올라있었고 이 가운데 30-40명의 통장에서 매달 1000원 내지 2000원의 돈이 당비로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른바 '유령당원'이 된 것입니다.
[3분논평]‘상향식 민주주의’ 허상 드러낸 유령당원 소동

파문이 확산되자 열린우리당은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전국 16개 시도당에 대한 특별당무감사에 착수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후유증은 쉽게 수습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우선 현행 정당법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당에 가입시킬 경우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신상기록과 통장번호를 알아내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교통비 통장에서 돈을 빼내간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여서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여당에 더욱 심각한 타격은 이번 사건으로 2003년 창당과 함께 '상향식 민주주의''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이란 구호를 내걸고 도입한 기간당원제의 허상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월 2000원의 당비를 6개월간 내면 진성당원 자격을 주고 각종 당내경선 투표권을 주는 기간당원제는 도입직후부터 당비를 대납해주는 '종이당원', 본인도 모르는 채 등록된 '유령당원' 파문으로 얼룩졌습니다.

기간당원 숫자도 2004년 말 7만7000명에서 전당대회와 재 보선을 앞둔 지난해 2월 24만 명으로 늘어났다가 4·30 재보선 패배 후에는 15만명으로 다시 줄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8월31일까지 입당한 사람에게만 올해 지방선거 당내경선 투표권을 주기로 결정하자 갑자기 45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고무줄처럼 변하는 당원숫자가 바로 기간당원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정치동원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80-90%가 종이당원이거나 유령당원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고백입니다.

이번 사태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상이나 정치적 의도를 앞세워 도입한 제도와 정책은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권은 이번 사건을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고만 변명할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구호만 앞세워 현실과 유리된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아 할 것입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