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기자
“주가가 아주 좋은데 (인터뷰 이후) 더 오를까 걱정됩니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이 인사 직후 건넨 너스레다.
신세계에 대한 모든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매수’다. 지난해 초 30만 원대였던 주가는 46만∼49만 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가 오를까 걱정된다는 말은 정용진 부사장(지분 4.86%)의 2세 승계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주요 상장회사 가운데 우리만큼 대주주 지분이 높은 회사는 별로 없다. (정 부사장의 부모인)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이 16%대다.”
―정 부사장의 지분이 적은 것 아닌가.
“주식을 물려받으면 경영권도 물려받을 수 있다. 주가가 비싸면 그만큼 세금을 내면 된다.”
―롯데쇼핑이 상장된다. 유통 대표주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것 같은가.
“좋게 본다. 라이벌 주식은 있어야 한다. 사실 원래 기업공개를 꺼리는 문화의 롯데가 상장을 결심한 것도 신세계 주식이 50만 원에 육박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닌가.
“우리는 내부 유동성이 풍부하다. 부채비율도 130∼140%로 낮다. 롯데는 부채가 거의 없던 회사였는데 최근 170%로 높아졌다(2004년 말 기준 183%). 현 재무구조로도 상장의 필요성이 있다. 게다가 돈 쓸 곳이 뻔하다. 제2 롯데월드 등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 롯데마트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마트는 올해 새 점포를 10개 낸다. 그런데 기업이 버는 돈과 비교한 주가 수준(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나 된다. 이마트 이후 차세대 성장산업이 있나.
“신세계 주가를 따질 때 PER만 보면 안 된다. 우린 자산주다. 이마트 터만 전국에 100개가 넘는다. 장부가와 현 시가의 차이는 엄청나다. 게다가 삼성생명 주식도 271만4000주나 갖고 있다.”
―현재의 주가가 적정하다고 보는 건가.
“앞으로는 삼성전자보다 더 오를 수 있다. 반도체 사업은 경기와 환율에 민감하지만 유통업은 환율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 금리나 경기에도 강하다.”
―이마트의 중국 공략이 활발하다.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인데 수익성이 있나.
“중국 경쟁력이 없으면 한국 이마트의 경쟁력도 없다. 이마트는 의류를 비롯해 50%가량을 중국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체 소비 여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시장에 50개의 점포를 낼 생각이다.”
―사업 다각화 계획은….
“기회가 되면 홈쇼핑 편의점 등을 인수합병(M&A)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한때 농수산홈쇼핑이 매물로 나왔을 때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나.
“가격이 너무 뻥튀기돼 그랬던 거다. 적절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홈쇼핑이든 사이버쇼핑이든 이마트처럼 배송망, 물건 확보 능력이 뒷받침돼야 잘할 수 있다.”
―이마트 쇼핑몰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우리가 사이버 쇼핑몰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 게 있다. 사이버 몰의 소비 1위는 30대 남성이다. 이마트의 주요 고객인 주부는 오프라인에서 장보는 것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 장보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세련된 신세계 이미지와 달리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당도 없고 기업설명회(IR)에도 인색하다.
“앞으로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하지 않을 것이다. IR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 인위적인 행위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실적으로 평가받고 싶다. 외국인투자가들도 항의 한 번 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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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구학서 사장은…
△1946년생 △197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72년 삼성전자 입사 △1977년 삼성그룹 비서실 관리팀 과장 △1979년 제일모직 경리과장 △1982년 삼성물산 도쿄지사 관리부장 △1986년 삼성전자 관리부장 △1988년 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 △1990년 삼성그룹 비서실 비서담당 이사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 △1998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1999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사장 △2000년∼현재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