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erson, no matter how high or powerful, is above the law(아무리 지위가 높고 권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10일, 새뮤얼 얼리토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요즘 미 워싱턴 정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영장 없는 비밀도청’ 허가로 대통령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시끄럽다. 골수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같은 성향이라고 해서 일명 ‘스캘리토’로 불리는 얼리토(사진)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법사위 인준 청문회도 비밀도청을 둘러싼 공화 민주 양당 간 논쟁의 장이 됐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얼리토 지명자는 시종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도청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이처럼 ‘대통령이라도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만을 강조했다. 한편 청문회에선 50여 년 전의 이른바 ‘영스타운 케이스’가 주요 논쟁 근거로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52년 한국전쟁 기간에 철강 공급이 끊겨선 안 된다며 철강제련소를 압류했지만 대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한 사생활 침해는 트루먼 대통령 때의 논리와 흡사하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대테러 전쟁은 종래의 전쟁과는 전혀 다르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