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우선 황 교수가 기업과 개인 등 민간에서 받은 후원금(약 33억3400만 원) 중 이미 사용한 19억 원의 용처를 중심으로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든, 민간 기부금이든 연구 명목으로 지원한 돈은 모두 횡령 혐의 수사 대상”이라며 “민간의 기부금 대부분이 연구를 위해 쓰라고 지원된 만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 후원회(회장 김재철·金在哲 동원그룹 회장)는 황 교수 측의 요청에 따라 영수증 등을 받지 않고 후원금을 전달해 정확한 용처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 측은 논문 조작 파문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6억 원가량을 인출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연구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서울대와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정부 지원금(113억여 원 중 84억여 원 사용)보다는 사후 관리가 전혀 안 된 민간기부금 중 이미 사용한 19억 원의 용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르면 12일 중 서울대 수의대와 미즈메디병원, 한양대 의대 등 관련 기관과 관련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추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황 교수의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비롯해 모든 공직을 박탈하기로 했다.
또 정부 지원금 사용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는 한편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된 돈을 전액 회수하기로 했다.
황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과학재단 이사 등 최소 13개의 공직을 갖고 있으며 정부가 1998년 이후 지원한 연구비는 모두 289억6400만 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인적자원부도 중학교 1학년 기술·가정 교과서(금성출판사)에 실린 황 교수 인터뷰, 고교 1학년 사회 교과서(중앙교육)에 실린 황 교수팀 소개, 고교 공업입문에 실린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사례 등 초중고교 4개 교과서에 실린 글을 삭제하기로 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