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이틀간의 '반짝 상승'을 멈추고 다시 크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6원 떨어진 97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1011.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새해 들어 37.6원(3.9%) 하락해 1997년 11월 5일(969.8원 이후) 이후 8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초부터 약세로 출발했다. 임박한 미국의 작년 11월 무역수지 통계 발표와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미 달러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전날 미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롯데쇼핑이 서울과 영국 런던 증시에 동시에 상장하면서 다음달 대규모 해외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면 서울외환시장에 달러화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환율 하락에 한몫 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원론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여 '팔자' 주문을 계속 냈다.
박 총재의 "직접 개입은 안 한다"는 발언은 환율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吳碩泰) 경제분석팀장은 "박 총재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은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연 5.01%로 마감됐다.
이날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가 동결된 데다 2월 이후 인상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도 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