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마라톤의 고이데 요시오(65)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96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은메달, 92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따낸 아리모리 유우코를 키웠다. 그 뿐인가.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하고 2001 베를린 마라톤 여자부문에서 당시 세계최고기록(2시간 19분 56초)을 세우며 우승한 다카하시 나오코도 길러 냈다.
그는 선수들을 인정하는 데 천재다. 자나 깨나 ‘찬양’하고 ‘고무’한다. 그는 “난 항상 내가 먼저 선수에게 인사하려고 애쓴다”고 말한다. 그가 쓴 책도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제목을 달고 있을 정도. 그는 다카하시에게도 “Q 씨(다카하시 애칭), 고마워. Q 씨는 굉장해. Q 씨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당연히 고이데 감독에겐 선수들이 늘 따른다. 그가 회사를 옮기면 선수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따라 옮긴다.
‘여자축구의 히딩크’로 불리는 안종관(40)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자선수들의 심리를 읽고 다스리는데 도사로 통한다. 그는 말한다. “여자 선수들은 훈련 때 11명 베스트에 들지 못하면 ‘난 필요 없는 선수구나’라고 지레 생각해 훈련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다. 네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아느냐’며 부드럽게 얘기해 줘야 한다. 또 잘하다가도 어느 날 실수를 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져도 야단을 치면 안된다. 휴식과 다독거려 주는 게 중요하다.”
안 감독은 팀 분위기를 중요시한다. 여자 팀은 한번 분위기가 깨지면 플레이가 엉망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나 연습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과 삼촌이나 오빠처럼 허물없이 지내려고 늘 노력한다.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독사감독’들은 보통 여자단체종목에 많다. 여자하키, 여자핸드볼, 여자배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만큼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등 큰 대회에서 성적도 좋다. 하지만 여자선수들을 한마음으로 만들기 위해 감독들이 쏟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혹 바람불면 날아갈까, 혹 넘어지면 깨질까, 24시간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애간장이 탄다.
‘독사’로 불린 김철용 전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파김치로 만드는 지옥훈련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일단 훈련이 끝나면 김 감독은 봄바람처럼 부드러워졌다. 수첩에 선수들의 생일, 취미, 좋아하는 음식, 노래를 빼곡히 적어 놓고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썼다. 휴일 선수들이 집에 다니러 갔을 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선수들의 부모와 대화를 나눴다.
여자펜싱국가대표 남현희(25·서울시청·155cm)의 성형수술과 관련해 ‘2년 자격정지’를 두고 신년 체육계가 시끄럽다. 펜싱협회는 여론이 들끓자 재조사에 들어갔고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협회는 당초 ‘남현희가 합숙훈련 도중 코칭스태프의 허락 없이 쌍꺼풀과 볼 지방이식 수술을 했다. 그 후유증으로 5일 동안 훈련을 못했고 선수단 기강 확립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현희는 “감독 사전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습다. 쯧쯧, 이런 일 가지고 협회가 소매 걷고 나서다니. 이것은 감독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다. 더구나 남현희의 쌍꺼풀 수술은 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 경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남현희는 지난해 한국펜싱 사상 첫 세계선수권 여자플뢰레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공도 있다. 재조사 결론이 어떻게 나든 ‘해외 토픽’에나 날 일이다.
여자의 예뻐지려고 하는 본능은 무죄요 인권이다. 물론 그로 인해 훈련에 지장을 준 것은 유죄다. 그러나 ‘2년 자격정지’를 줘야 할 정도로 큰 죄일까? 금지 약물을 상습 복용한 경우에도 2년 자격정지는 드물다. 모기 잡는데 도끼를 휘두른 거나 같다. 아무래도 여자펜싱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와 대한펜싱협회 간부들은 고이데, 안종관, 김철용 감독에게서 특강을 받는 게 좋겠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