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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신소재팀-케이시알 ‘나노기술의 개가’

입력 | 2006-01-13 03:02:00

수소자동차(위) 실용화에는 연료인 수소 기체를 저장하는 탱크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서 나노복합소재를 이용한 350기압 수소저장탱크(중간)가 개발됐다. 이 개발에는 전북대 이중희 교수, ㈜케이시알 정지용 대표, 유계형 박사(아래 왼쪽부터)가 참여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케이시알


2010년대 초쯤이면 수소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소는 태우면 에너지와 물만 나와 미래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수소연료를 자동차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게 문제다. 기체인 수소가 새나와 공기와 섞이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수소를 고압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탱크를 개발했다. 나노기술을 접목시킨 이 연료탱크는 수소자동차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 350기압 타입4 수소 저장탱크로 세계 3번째 개발

수소는 같은 질량의 가솔린보다 3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내지만 기체이기 때문에 석유 같은 액체 연료에 비해 저장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소를 액화시켜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액체 수소는 기체 상태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를 영하 235도의 극저온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

특수 합금에 수소를 결합시켜 저장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지만 이 합금이 비싸고 무거운 게 단점이다. 그래서 수소 기체를 고압으로 압축해 용기에 저장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고압에 견디기 위해 용기의 재료는 강도가 높아야 한다.

수소자동차의 연료 탱크로는 강한 동시에 가벼운 복합재료를 이용한 압력용기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알루미늄 원통에 복합재료인 탄소섬유를 감은 종류(타입3)나 비금속 원통에 탄소섬유를 감은 종류(타입4)가 대표적이다. 타입4가 더 가볍고 구현하기 힘들다.

전북대 신소재공학부 이중희 교수는 12일 “복합재료 고압용기 전문업체 ㈜케이시알과 함께 350기압의 고압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자동차용 타입4 연료탱크를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국제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 연료탱크에 처음 나노입자가 든 복합재료 적용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이 수소연료탱크는 지난해 12월 24일 북미지역 자동차용 고압수소연료탱크 인증(ANSI/CSA NGV2-2000)을 획득했다. 특히 설계에서 제작까지 전 과정을 100% 국산 기술로 진행해 관련 기반 기술을 확립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이 탱크는 섬유를 감는 원통에 세계 최초로 나노복합소재를 사용한 최첨단 제품”이라며 “기존 금속재 탱크에 비해 수명이 2배 이상 길고 무게는 50% 이상 줄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폴리에틸렌 내부에 2, 3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두께의 점토 입자를 고르게 분산시켜 수소 기체를 차단하는 특성을 상당히 높였다. 고분자 사이의 틈을 나노 입자가 막아주는 셈이다. 케이시알 유계형 박사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스 차단성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복합소재 고압탱크는 압축천연가스(CNG) 탱크로도 유망하다. 수소자동차가 나오기 전까지 CNG 차량용 탱크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CNG 버스 신차뿐 아니라 CNG용으로 개조되는 차량에 적용될 수 있다. CNG는 7000원어치면 서울과 대전을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다.

케이시알 정지용 대표는 “이 탱크는 가벼워서 기존 금속재 CNG 탱크와 달리 버스 지붕 위에 얹을 수도 있다”며 “이러면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염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동남아나 중국에서 우리 CNG 탱크에 큰 관심을 보일 뿐 아니라 미국의 유력한 연료전지보급회사에서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수소탱크로 쓰자는 제안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발로 올해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낼 수 있다”며 “수소자동차가 등장하는 2010년 국내 약 5000억 원, 해외 약 25조 원 규모의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