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에게 지원이 또래를 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분유에 타서 먹이는 종합비타민제가 있다던데 어떤 게 좋으니?”
제 몸 챙기는 데는 인색하면서도 아이의 건강에는 지극 정성인 친구. 우리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유 수유에 실패해 속상해하던 그 친구는 분유만으로는 뭔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돌 이전에 분유를 주식으로 먹는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제는 없다. 분유에는 아기의 성장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소가 권장량만큼 들어 있어서 비타민을 추가로 먹이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 좋은 걸 먹였다는 ‘상상 안심’ 외에 별 의미가 없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주요 비타민을 권장량 이상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세 연령대에서는 주요 비타민을 100%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비타민제는 언제 필요할까?
돌 이전의 아기라면 모유를 먹이는 경우 복용을 고려할 만하다. 모유에는 비타민 D가 별로 없어서 미국 소아과학회는 젖먹이에게 생후 2개월경 비타민 D를 보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 D는 반사광만 쬐어도 몸에서 만들어지므로 밖에 데리고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굳이 먹이지 않아도 된다.
돌 이후의 아기라면 냉동식품, 병조림, 통조림 등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거나 채소를 아예 안 먹는 등 편식이 심할 경우 비타민이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식용유, 설탕, 과자 등과 같이 대사될 때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은 없으면서 열량만 많은 식품을 주로 먹을 때는 영양제로 보충해 줘야 한다. 또 감기에 걸렸거나 입이 헐어 있을 때 또는 간이 안 좋을 때에도 비타민제는 도움이 된다.
대개 어린이 종합영양제는 비타민 말고도 무기질도 포함돼 있어 신장과 간이 어느 정도 성숙한 두 돌 이상일 때부터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두 돌 이전에 먹일 수 있는 종합비타민제로는 올비틸 시럽이 있다.
영양을 생각한다면 비타민보다는 오히려 설탕이 주성분인 젤리 형태의 어린이 영양제보다는 클로렐라나 스피루리나, 효모를 먹이라고 권하고 싶다. 비타민 무기질뿐 아니라 양질의 아미노산 효소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훌륭한 영양제도 제대로 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보다는 못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