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얼어붙은 개천 위에서 썰매 타는 모습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얼음썰매장에서 신나게 썰매를 지치는 해맑은 아이의 얼굴에서 순수한 동심이 묻어나 보인다. 사진 제공 서울시
춥다는 생각에 겨울철이면 집안에 틀어박혀 있기 십상이다. TV나 PC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시원한 얼음 위에서 썰매를 지치는 건 어떨까.
서울시와 경기도의 각 자치단체는 주민서비스 차원에서 얼음썰매장을 곳곳에 개설해 놓고 있다. 도시에서의 썰매타기는 새로운 낭만이 아닐 수 없다.
무료로 여는 곳도 있고, 돈을 받아도 1인당 300∼500원의 ‘상징적인’ 비용이어서 부담 없이 오붓한 한때를 즐길 수 있다.
쇠꼬챙이로 얼음을 찍으며 지치는 만큼 아무래도 오후보다는 오전이 빙질(氷質)면에서 낫다.
▽서울숲의 새 명소, 얼음썰매장=지난해 35만 평 규모의 대규모 공원으로 태어난 서울숲.
12일 오전 찾은 서울 성동구 뚝섬 서울숲에는 추위 탓인지 가끔씩 보이는 산책객을 제외하곤 인적이 드물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걸어가다 보니 한 귀퉁이에서 웃음소리와 밝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아직 개설되지 않은 도로부지에 만들어진 300평 규모의 얼음썰매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8일부터 개장했다고 하는데 소문을 듣고 왔는지 100여 명은 족히 돼 보였다. 신나게 썰매를 지치다 포장마차에서 뜨끈한 국물로 추위를 녹이고 있던 최은아(11·서울 서초구 서초동) 양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옆에 앉은 할머니에게 연방 떠들어댔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한 가지가 양심 입장료. 주민을 못 믿어서야 되겠느냐며 설치했는데 현재까지 양심지수가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문길동 서울숲관리사무소 팀장은 “썰매를 빌리면서 기록한 입장객 명단에 500원을 곱하면 전체 입장료 수입과 엇비슷하다”며 “어떤 손님들은 입장료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는 말을 듣고 1000원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곳에도 있어요=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공원은 해마다 개장하던 난지천공원 썰매장 외에 올해에는 평화의 공원 야외전시장 부지에도 얼음썰매장을 열었다.
썰매장 바로 옆에는 썰매 눈사람 겨울나무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아일랜드’가 설치돼 있으며, 가까운 하늘공원은 눈과 억새꽃을 볼 수 있어 산책코스로 좋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는 올해 처음 썰매장이 만들어졌는데 200개의 썰매를 대여용으로 준비했다. 바로 옆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농구장, 암벽등반대도 있다.
서울시의 각 자치구 썰매장은 무엇보다 가까운 게 장점. 성북구는 성북천과 정릉천에, 강서구는 방화근린공원 내 원형광장에 각각 얼음썰매장을 만들었다. 성동구는 지난해 지하철 유출수를 끌어들여 수질이 개선된 전농천에 썰매장을 개설했고, 강북구는 얼어붙은 우이천에 1000평 규모의 썰매장을 조성했다. 이 밖에 관악구는 도림천에, 강남구는 양재천에 얼음썰매장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재천 썰매장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유치원생용과 초등학생용으로 분리돼 있다.
▽14일부터 열리는 양주골 얼음축제=경기 양주시 장흥면 장흥관광지와 기산유원지에서는 14일부터 22일까지 양주골 얼음축제가 열린다.
얼음썰매장, 눈썰매장이 무료로 운영된다. 얼음미로, 얼음축구장, 얼음볼링장도 마련됐다.
얼음 건축물과 얼음폭포 등 볼거리가 다양하며 양주골 한우, 양주골 한바이오쌀, 양주 딸기, 부추 국수, 양주 막걸리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경기 의정부시와 서울 은평구 불광역에서는 360번, 서울역과 은평구 구파발에서는 7024번, 경기 고양시와 인천 방면에서는 3700번 버스를 타면 행사장에 닿는다. www.icefestival.net
서울시내 얼음썰매장운영 지방자치단체위치문의 전화서울시서울숲 관리사무소 부근02-460-2909월드컵공원 내 난지천공원 및 평화의공원 02-300-5535보라매공원 대운동장02-833-5271서울 강북구우이천02-901-6494 성동구전농천02-2286-5792 강서구방화근린공원 내 원형광장02-2600-6562 강남구양재천02-445-1416 성북구성북천 및 정릉천 02-920-3411 관악구도림천02-880-3135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