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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내 車, 더 맛난 연료 주고 싶다

입력 | 2006-01-13 03:02:00



아우디 TT콰트로 3.2를 모는 아우디코리아의 이연경(31) 마케팅부장은 지난해부터 고급 휘발유만 넣는다.

이 부장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차가 나가는 느낌이 일반 휘발유를 사용할 때보다 좋다”며 “연료의 폭발력이 좋아서 그런지 연비도 나은 것 같고 훨씬 덜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 부장처럼 고급 휘발유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가격은 일반 휘발유보다 L당 100∼150원 정도 비싸지만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유업계도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보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 소비자는 주로 수입차 운전자

옥탄가가 91∼93은 일반 휘발유, 94 이상은 고급 휘발유로 분류된다.

옥탄가는 연료가 연소할 때 이상 폭발 즉, 노킹(knocking)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옥탄가가 높을수록 완전연소로 찌꺼기가 남지 않아 엔진을 보호해 준다. 연비와 출력도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1년 사이 정유사들의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급증했다.

고급 휘발유를 시판 중인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인천정유 등 4개 정유사 총판매량은 2004년(1∼11월) 16만5117배럴에서 지난해(1∼11월)에는 24만7017배럴로 50%가량 늘었다.

이는 수입차 증가가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의 이성호 영업부장은 “수입차가 연 3만 대씩 증가하는 데 힘입어 프리미엄급 휘발유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고급 휘발유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대에 불과하지만 일본처럼 18∼25%대까지 갈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BMW 벤츠 등 수입차 회사들도 “최대 성능을 내려면 고급 휘발유를 쓰라”고 권장하고 있다. BMW 일부 차종은 옥탄가 98 이상 휘발유에서 최고 성능을 낸다.

대한석유협회가 지난해 11월까지 지역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등 3개 지역에서 11만7332배럴로 전국 판매량(24만7017배럴)의 절반을 차지해 이 지역에 수입차 운전자가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SK㈜는 10일부터 일반 경유보다 L당 50원 비싼 고성능 경유(HPD)를 수도권 11개 주유소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급 경유를 내놓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 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디젤 세단 등 증가하고 있는 수입 디젤차량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1400억 원을 들여 옥탄가 97 이상의 최고급 휘발유를 만들어내는 알킬레이션 공장을 완공해 프리미엄 전쟁에 대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월부터 36개 주유소에서 고급 브랜드 ‘카젠’을 판매 중이고 그동안 고급 휘발유를 판매하지 않았던 에쓰오일도 이달 말부터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