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민의례 절차 중 낭송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 폐지 문제를 놓고 인터넷에서 때아닌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기에 대한 맹세’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변질·왜곡시킨 것”이라며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인 판단 없이 국가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역사전문가들도 간간히 “‘국기에 대한 맹세’는 일제시대에 복창하던 ‘황국신민서사’와 흡사하다”며 “권위주의 정권하에 시행된 각종의 국가주의적 시책은 사실상 식민지 지배정책을 답습한 결과”라고 지적해왔다.
이런 기사가 보도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고, 각종 포털사이트는 지난 10일부터 ‘국기에 대한 맹세’ 존폐에 대한 긴급여론조사(poll)를 실시했다.
‘네이버’가 실시한 여론조사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13일 현재 총 1만4588명이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60%(8514명)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40.34%(5,758명)는‘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음’의 조사에서도 전체 참가자 2726명 중 60.4%(1640명)는 ‘유지하자’고 답했다. ‘문구만 수정’은 12.4%(338명), ‘폐지’는 25.5%(693명), ‘판단유보’는 1.7%(46명)이다.
누리꾼 ‘byemoon’은 “일년에 몇 번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을 다짐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힘드냐”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말자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lwg3376’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면 도대체 언제 나라를 생각해 보겠냐”며 “나라사랑의 마음이 희미해져가는 요즘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없어진다면 우리 국민이 하나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지’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penchok1’은 “과연 진심으로 애국심을 갖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예전엔 국기가 올라갈 때면 무조건 정지해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던 기억도 난다. 형식적이라면 당연히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inblick’도 “개인의 판단 없이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 애국이냐”며 “애국심은 저절로 고취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지는 하되 부분적으로 수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youto2005’은 “충성을 강요하는 듯한 ‘몸과 마음을 바치는’이란 문구만 순화시키자”, ‘ksh3aa’은 “야구장이나 학교 조회시간, 회사 시무식 등에서는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