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놀자!/이경재 지음·윤정주 그림/208쪽·9800원·창비(초등 4년생 이상)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전통문화가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의미’보다는 ‘재미’에 먼저 끌리기 마련인 아이에게는(솔직히 말하면, 어른에게도) 판소리는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전통문화일 뿐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미있는 법이다. 판소리의 세계를 아기자기하게 소개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판소리 공연에 가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우연히 판소리를 배우게 된 ‘윤실이’라는 소녀가 여름방학 동안 지리산 자락에서 집중 수련하는 ‘산(山) 공부’를 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윤실이는 꾸며낸 인물이지만 이 책은 실제로 판소리 ‘흥부가’의 전수자인 전인삼 씨가 제자들과 함께했던 소리 여행이 그 모델이 됐다. 책 속에서도 윤실이는 판소리 명창들이 ‘득음’의 경지에 이르렀던 섬진강 주변 지역으로 판소리 답사 기행을 떠난다.
윤실이가 지리산에서 판소리를 배우면서 우리 소리의 참 맛을 깨달아 가는 과정 속에 창, 아니리, 추임새, 발림 등 판소리의 기본 요소 및 판소리의 장단, 판소리 다섯 마당의 내용 등 판소리에 대한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서 전달된다.
윤실이의 스승이 구수한 사투리로 권삼득, 송홍록, 송만갑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명창의 일화를 소개해 주는 내용도 재미있다.
“양반 가문인 안동 권씨 자손이었던 권삼득 명창은 소리에 미쳐 집안 어른 몰래 소리 공부에만 몰두혔지. 그러다 큰일 나 부렀어. 양반의 자손이 천한 것들이나 하는 판소리를 한다고 죽이려고까지 혔응께. 결국 문중에서는 기나긴 동지 밤에 권삼득 명창을 멍석으로 똘똘 말아놓고는 큰 몽둥이로 패서 죽이려고 들었제….”
마지막으로 창이나 한번 하고 죽게 해달라고 청한 권삼득 명창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을 절절하게 부른다. 결국 문중 최고 어른은 “네 소리가 너를 살렸다”며 목숨을 살려 주고, 이후 득음의 경지에 오른 그는 그 유명한 ‘제비 노정기’를 창작해 남겼다. “제비 몰러 나간다∼ 제비를 몰러를 나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미소와 함께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 ‘역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