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앞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치는 사안에 대해 재계 입장을 적극 표명하겠다”고 그제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쟁의에 대한 직권중재 폐지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시장경제체제를 뒤흔든다”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헌정질서에 도전한다”는 등 강도 높은 반대 의견을 냈다.
전경련은 “노무현 대통령이 분배 우선으로 나간다면 방향이 틀린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경제문제뿐 아니라 개정 사립학교법, 공무원의 정치활동 확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다. 오랜 기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전경련의 태도 변화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경련은 그동안 ‘정권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침묵했다지만 그런 경제계와 국민에게 되돌아온 것은 반(反)기업정서와 반시장적 정책이었다. 자유민주주의마저 위협받는 형편이 됐다.
노 정부는 빈부 편 가르기, 대기업 때리기, 반시장적 경제교육으로 여건을 만들었다. ‘양극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버젓이 쓰면서 기업, 시장, 부자가 양극화의 주범인 양 선전선동도 해 왔다. 시장경제를 잘못된 체제라고 가르치는 교과서와 교사도 늘고 있다. 이런데도 ‘내 기업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많다면 언젠가는 ‘내 기업 이익’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경제계는 문제점을 알리고 가끔가다 한두 마디 항변이나 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들고 투자가 필요하다. 정치권과 잘 지내기 위해 쓴 정치비용이나 사회적 압력을 줄이려는 사회비용 대신 ‘체제 지키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그런 노력을 했어야 했다. 미국의 기업들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나 케이토 연구소, 비영리 경제교육단체인 ‘주니어 어치브먼트(JA)’ 등을 후원하는 사례도 참고가 될 만하다.
개별 기업이 나서기 어렵다면 재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창안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경제계도 이념갈등과 체제전쟁의 일선에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