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너무 많으면 수프를 망친다’는 말은 어떤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무능한 사람이 포함될 확률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유능한 야채 손질 담당자가 승진하여 자신의 무능력 단계에 도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함께 수프를 만들던 나머지 6명의 작업을 망칠 수도 있다.―본문 중에서》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승진이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하지만 앞을 향해 끝없이 돌진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 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우리들이 자칫 조직과 그 생활을 둘러싼 곳에 숨어 있는 진실을 놓치지 않도록 각성시켜 주는 데 있다. 만일 여러분이 승진에 목매듯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능력과 에너지가 소진돼 탈진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피터의 원리’가 제시하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 즉 ‘위계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인간의 본성은 조직의 생산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 내의 모든 부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사원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어떻게 굴러가게 되는가? 그것은 ‘아직도 무능력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작업을 완수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렌스 피터는 조직 생활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현상들로부터 그 유명한 ‘피터의 원리’를 찾아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라. 이제껏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던 사람들 가운데 승진한 후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개인 차원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작전이 필요할지 모른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한번쯤 ‘창조적 무능력’으로 스스로를 무장하라고 권한다. 어렵긴 하지만 무작정 승진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구와 주변의 권유를 현명하게 벗어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1969년 2월에 출간된 이 작은 책은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올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높을수록,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큰 희생을 치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말로 이따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승진의 브레이크 조절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이 직장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소 복합적이다. 설령 피터의 원리가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오늘날 이 진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이제 직장인들은 더는 하나의 조직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승진과 관계없이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데 진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