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0·사진)이 롯데 마린스와 사실상 결별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13일 롯데의 요청에 따라 이승엽을 자유계약선수(FA)로 공시했다.
이는 외견상으로 볼 때 롯데가 이승엽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내친 격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정반대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은 이날 “이승엽의 법정 대리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가 12일 롯데에 이승엽을 FA로 풀어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승엽 측이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것. 이에 세토야마 류조 롯데구단 대표는 “우리는 이승엽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시했다. 더는 연봉 인상이 없을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승엽의 이적설은 양측이 지난해 12월 15일 하와이 우승 여행 때 재계약에 합의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전혀 진척이 없어 어느 정도 예상은 됐던 일. 롯데는 이승엽의 사인을 받기 위해 구단 직원을 한국에 머물게 했지만 나흘 전 귀국 조치를 내렸다.
현재 이승엽은 명문 요미우리를 비롯해 일본 내 2, 3개 구단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최고 부자구단인 데다 터줏대감 기요하라 가즈히사가 퇴단해 1루가 공석 중이다. 수비를 원하는 이승엽의 입맛에도 딱 맞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연봉 제시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연봉 2억 엔을 받았던 이승엽은 올해 롯데와 재계약을 한다면 일본 언론으로부터 2억5000만 엔 선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엽은 롯데와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적에 전혀 제약이 없으며 롯데와의 협상 마감일인 15일이 지나면 나머지 11개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한편 이승엽은 이날 밤 대구에서 열린 프로농구 오리온스와 KT&G의 경기를 관람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