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직장 여성인 30대 초반의 A 씨. 160cm의 키에 몸무게 55∼60kg인 그는 지난해 가을 서울 강남의 한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몸이 잘 붓고 몸무게가 늘고 있다는 말에 담당 의사는 A 씨에게 약물 처방을 해 주었다. 실제보다 자신이 훨씬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A 씨는 이후 식이요법이나 운동 대신 약물에 의존했다. 그 결과 지금 불면증을 비롯한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비만 탈출을 위해 노력 중인 비만 환자와 비만 전문 클리닉이 지나치게 약물에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비만클리닉 운영자 상당수가 비만과는 관련이 먼 전공 출신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부작용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만체형학회 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된 것으로 학회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186명의 비만클리닉 운영자와 10곳의 비만클리닉을 찾은 1만2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비만클리닉 운영자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는 이들의 60%가 4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하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해 주고 있지 않거나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비만클리닉 의사 186명 중 74명은 4개의 약물을 쓰고 있었으며 37명은 5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하고 있었다. 의사들이 약물을 많이 쓰는 이유는 ‘효능이 좋아서’(149명),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57명) 등의 순(복수응답)이었다. 하지만 응답자 중 105명은 약물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었으며 5명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에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많은 의사가 비만 치료와 비교적 관련이 먼 일반외과(24명), 산부인과(23명), 마취과(18명) 등을 전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 치료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가정의학과나 정신과 출신은 각각 34명, 22명으로 40%가 채 되지 않았다.
2001∼2005년 비만클리닉 10곳을 찾은 1만2105명의 남녀 고객의 유형도 공개됐다.
비만클리닉을 찾은 여성 중 실제 비만 환자는 34.5%에 그쳤으며, 특히 20대 여성의 45.8%는 정상 체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42.3%가 비만인 상태가 돼서야 비만클리닉을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