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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인터넷 카페 ‘전·의경 부모 모임’ 운영 이정화씨

입력 | 2006-01-16 03:17:00

‘전·의경 부모의 모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이정화 씨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폴리스 라인’을 지키지 않은 시위대가 휘두른 폭력에 희생되는 전·의경의 인권은 누가 지켜 주느냐”고 항변했다. 홍진환 기자


“법을 지키면서 평화 시위하는 사람을 먼저 폭행하는 전·의경은 없습니다.”

이정화(李正和·50) 씨는 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평화적인 시위 문화 정착과 폴리스 라인 준수’를 호소하는 전·의경 부모들의 집회에 참석했다.

이 씨는 이 집회에서 전·의경 부모 400여 명과 함께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돌렸다.

전단지에는 ‘시위대가 폴리스 라인을 넘지 않으면 경찰은 절대 경찰봉을 사용해 진압하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씨는 대구에서 전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23)이 동원됐던 지난해 5월 울산플랜트노조 파업 때 노조원들이 전·의경을 향해 쇠파이프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대는 모습을 TV에서 본 직후 인터넷에 ‘전·의경 부모의 모임’ 카페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 씨는 “폭력 시위의 실상을 알리고 전·의경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법 폭력 시위에 항의하는 전·의경 부모들의 뜻은 경찰청 앞 집회 때 충분히 밝혔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 씨를 14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그의 집 근처 찻집에서 만났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가했던 농민 2명이 숨진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불법 폭력 시위를 벌인 시위대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노동자와 농민 등 집회 시위 참가자가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지면 모든 비난과 책임이 경찰에게로 쏟아지는 사회 분위기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에 시위대가 다치거나 숨졌다는 결과만 부각하고 경찰이 왜 과잉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습니다. 시위대가 가만히 있는데 전·의경들이 진압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내려치나요?”

그는 “시위대에 맞아 다친 전·의경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아무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이 운영 중인 인터넷 다음 카페 ‘전·의경 부모의 모임’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으로 전·의경이 부상한 사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 씨는 “우리의 아들이 폭력 시위에 당했다고 (구체적) 자료 없이 말로만 얘기하는 것보다 더욱 명확한 자료가 있어야 정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씨는 다시 7일에 있었던 전·의경 부모들의 집회 때 얘기를 꺼냈다.

전·의경 부모들은 경찰청 앞 집회 때 당초 신고한 집회 시간의 절반인 1시간 30분 동안만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청에서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할 때도 인도를 이용했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도 전·의경 부모들은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길을 건넜다고 한다.

이 씨는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로를 막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대면서도 시민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는 것을 보면 이 나라에 법이 있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폭력 시위에 한없이 관대한 공권력도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가로막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폭력 시위 가담자들을 연행하면 그때마다 나머지 시위자가 ‘연행자들을 석방하라’며 경찰서 앞에서 또 항의 집회를 하더라고요. 그러면 대부분 몇 시간 지나면 풀려나더라고요.”

이 씨는 시위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30일 물러난 허준영(許准榮) 전 경찰청장의 퇴임식을 TV로 지켜봤다.

“새해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허 전 청장의 말을 듣는 순간 이 씨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했다.

전·의경 부모들이 불법 폭력 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보수단체가 집회에 함께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씨는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만들자는 순수한 의도에서 집회를 연 것이지 이념적인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