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조선용 후판(厚板) 시장의 주도권은 공급자, 즉 철강업체에 있었다. 선박을 만드는 데 쓰이는 두꺼운 강판인 후판 공급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가 값싼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이 급증하면서 포스코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에는 가격인하 압력이 높아져 비상이 걸렸다.》
○삼성重 10만 t-현대重 45만 t 올 수입
삼성중공업은 올해 바오산(寶山)강철로부터 10만 t의 조선용 후판을 들여오기로 했다. 전체 사용량 110만 t 가운데 9%가량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2% 수준이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약 45만 t의 중국산 후판을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5만 t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앞으로는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더 늘릴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중국 서우강(首鋼) 총공사와 홍콩 서우창(首長) 국제기업유한공사가 보유한 친황다오서우친(秦皇島首秦) 금속재료유한공사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해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확보했다.
중국산 후판의 수입 단가는 t당 약 50만∼55만 원 선. 포스코의 공급가격인 t당 61만5000원보다 10∼15%가량 싸다.
○“품질 미달” “국산과 차이 안 커” 논란
중국의 후판 생산량은 2004년 2300만 t에서 지난해 3300만 t으로 급증했다. 더구나 최근 내수가 줄어들자 해외로 눈을 돌려 싼값에 ‘후판 밀어내기’에 나섰다.
공급량 부족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업체들에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현대중공업은 “4, 5년 전만 해도 중국산은 품질에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국내산과 비교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내산 가격이 내리더라도 중국산만큼 저렴해질 수는 없는 만큼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조선업체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약 1%에 그칠 전망이다. 다른 조선업체에 비해 국내산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중국산의 품질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은 내륙에서 만들어 기차로 운송하기 때문에 길이가 16m 미만인데,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후판은 22m가량”이라며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격인하 압력 거세질 듯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한국과 일본 철강업계는 가격인하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t당 64만5000원이던 후판 가격을 61만5000원으로 내렸다. 동국제강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t당 68만5000원에서 63만5000원으로 인하했다.
4월에 국내 조선업체와 새로 공급계약을 하는 일본산 후판도 현재 t당 700달러(약 70만원) 수준에서 6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중국산 저가(低價) 철강재 유입으로 국내 철강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후판의 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가격인하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12일 사업설명회에서 “올 하반기부터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 조정이 진행되면 내년부터는 철강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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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