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민영방송(경인민방) 사업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송위원회는 18일 심사에 들어가 20일 청문회를 한 뒤 23, 24일경 이사회를 열어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자 신청을 한 경인방송(KIBS) 경인열린방송(KTB) 굿TV 나라방송(NBC) TVK 등 5개 컨소시엄은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을 벌이고 있다.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흑색선전이 난무해 사업자마다 흠집이 나는 바람에 사업자 선정 뒤에도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의 청문회 준비
▽KIBS=경기 부천시에 있는 영안모자를 중심으로 경기고속 등 인천 토박이 기업이 뭉쳤다. 대외 인지도는 낮지만 사업 기반이 탄탄하며 이번 사업자 신청 과정에서 별다른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방송사업으로 생긴 수익의 30%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사업계획서에서 밝혔다. 전 대구MBC 사장인 김종오 씨가 사장을 맡았고 3대 주주인 한주흥산의 대표가 SBS 주요 주주인 신영균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KTB=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컨소시엄과 하림의 자회사인 제일곡산 컨소시엄이 합작해 만들었다. 이들은 컨소시엄 간의 합작이 방송위가 원했던 방향이며 공익성(중기협)과 수익성(하림)의 결합이라고 설명한다. 자본금이 15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지역민방인 전주방송 사장을 8년간 지낸 백낙천 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일곡산의 모회사인 하림이 ‘농수산홈쇼핑’의 최대주주라 방송 경험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굿TV=태경산업 기전산업 황금에스티 등이 15%씩 주식을 소유한 1대 주주가 되고 CBS가 11%를 가져 소유의 집중을 막았다. 이들은 구 iTV 노동조합원을 100% 흡수하고 노사화합선언문을 통해 건전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CBS와 iTV 노조의 협력으로 제작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방송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5개 컨소시엄 중 가장 자세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인지역 시민단체 400여 곳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NBC=인천 토박이 기업인 한국단자가 1대 주주이고 서울문화사 독립제작사협회가 2, 3대 주주다. iTV의 건물과 장비를 사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해 300억 원 정도의 경비 절감 효과를 얻었고 외주 제작사의 모임인 독립제작사협회를 끼고 있어 당장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iTV 직원의 50%가량을 흡수할 예정이다. KBS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지낸 최동호 세종사이버대 총장이 사장을 맡고 있다.
▽TVK=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가 1대 주주이며 주로 코스닥 기업들이 참여했다. 휴맥스가 디지털 방송기기 제조업체로서 곧 다가올 디지털 방송 시대에 적합한 자질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경인민방 성패의 관건인 서울로의 재전송을 실현하는 데 그동안 서울 지역 케이블망 사업자와 닦아 놓은 관계 때문에 가장 유리하다는 주장을 편다. 전 KBS 미디어사장인 이흥주 씨가 사장이다.
○방송사업의 성패와 흑색선전
CJ투자증권은 새 경인민방이 사업 모델만 정착시키면 연간 100억 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송계에선 일단 3대 지상파 방송 모델을 따르지 말고 지역밀착형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특정 컨소시엄을 밀고 있다’ ‘대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이번엔 유찰될 것이다’ 등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근거가 있을 경우 조사하겠지만 대개 유력한 경쟁 상대를 겨냥한 의혹 부풀리기나 마타도어인 경우로 파악하고 있다”며 “‘유찰설’의 경우 5개 컨소시엄이 모두 총점 1000점 중 650점을 못 넘길 경우 가점을 주면서까지 사업자를 선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송위 방침이 와전돼 퍼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