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우리 ‘우울증 치료제’ 한번 들어 보실래요?” 데뷔 음반 ‘컬러풀 익스프레스’를 발표한 모던 록 밴드 ‘페퍼톤스’. 김미옥 기자
“신나는 음악 만들어 볼까?” “듣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연주 좋지” “우울증이 치료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전산학보다 음악이 더 좋아 늘 이런 대화를 나누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과 동기 이장원(25·베이스)과 신재평(25·기타). 마침내 2003년 “후추처럼 기분 좋은 자극을 주겠다”며 의기투합해 프로젝트 그룹 ‘페퍼톤스’를 만들었다.
○ 신약 성분? 쿵쾅쿵쾅+아기자기+쾌속질주
“햇빛이 내리쬐는 낮,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화창한 날 넓은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상상… 생각만 해도 짜릿하죠? 그게 바로 ‘페퍼톤스’의 음악이랍니다.”(신재평)
같은 과 친구 김규희(24·여)를 객원 드러머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로커 김민경(27·여·단국대 생물학과 4년)을 객원 보컬로 맞아 2004년 EP음반(정규 앨범 전 미니 앨범) ‘프리뷰’를 발표했다.
“처음엔 음악보다 ‘KAIST’ 간판이 먼저 알려질까 봐 학교를 밝히지 않았어요. 저희 음악에 ‘우울증 치료를 위한 뉴 세러피’라는 수식어도 붙였죠. 줄곧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만 했답니다.”(김규희)
2년간의 ‘임상시험’(라이브 공연), 1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이들은 지난해 12월 15일 데뷔 음반 ‘컬러풀 익스프레스’를 내놓았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우울증 치료법은 바로 ‘여행’이다.
타이틀 곡 ‘레디, 겟 셋, 고!’는 출발선을 떠나기 전 쿵쾅대는 감흥을 담은 곡으로 올림픽 경기 응원가를 연상케 한다. 깜찍한 느낌의 로큰롤 곡 ‘세계정복’은 우주여행을 상상하며 만든 곡이다. 또 ‘시베리아 기차 횡단 여행’을 담은 ‘헤비 선 헤비 문’ 등 수록된 14곡 모두 엉덩이와 팔, 다리가 저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흥겹다. 티 없이 맑은 이들의 음악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같다.
○효능? 충전 100% 긍정 200%
“사실 음반작업 도중에 저희도 우울할 때가 많았죠. 집에서는 KAIST 학생이 무슨 음악이냐며 아직도 반대하세요. 그럴 때마다 침대에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도 바라보고 ‘긍정의 힘’이라는 책도 보고 그랬죠. 우리가 우울하면 안 되잖아요?”(이장원)
내달 4일 이들은 서울 대학로 질러홀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데뷔 음반 냈다고 달라진 건 없어요. 저희의 정체는 늘 인디 밴드랍니다. 실험성 강하고 유례없는 음악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인디 밴드의 기본자세 아닐까요?”(신재평)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