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때 레이 찰스의 음악을 듣고 ‘아, 이런 게 음악이구나’ 했습니다. 영혼을 울리는 그의 노래를 듣고 나니 비로소 루이 암스트롱, ‘비틀스’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들렸죠. 그는 나에게 ‘음악 전도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더 템프테이션’, ‘슈프림스’ 등 흑인 솔 뮤지션을 우상으로 삼았던 백인 소년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자신을 음악의 길에 들게 한 흑인 솔 가수 레이 찰스를 추모하는 공연을 준비하는 존 스코필드. 30년이나 기타를 연주한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지만 13일 오전(한국 시간)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레이 찰스 얘기뿐이었다.
“1960년대는 흑인 솔 음악이 유행이었죠. 재즈가 그 흐름을 이어받아 새롭게 거듭나려는 시기였으니 어찌 보면 내가 재즈 뮤지션이 된 것도 당연한 일이죠. 이번 공연은 내 사춘기 시절 추억을 찾는 ‘여행’이 아닐까요?”
1977년 데뷔 음반 ‘존 스코필드’를 발표한 그는 ‘일렉트릭 아웃렛’(1985), ‘플랫 아웃’(1990) 등 펑키 재즈를 비롯해 ‘콰이어트’(1997) 같은 어쿠스틱 연주, 팻 메서니와 함께 연주한 ‘아이 캔 시 유어 하우스 프롬 히어’(1993)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인 그에게 레이 찰스 추모 공연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처음에는 내가 레이 찰스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어요. 하지만 그만큼 영혼을 울릴 수 있을지 부담도 됐죠. 그러나 레이 찰스의 음악이 워낙 다양하고 편곡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자신이 생겼습니다. 보컬도 삽입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10년 후쯤 후배들이 당신을 기리는 공연을 연다면 어떨까”라고 물었더니 스코필드는 당황한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오 마이 갓, 그런 공연은 없을 거예요. 레이 찰스에게서 제가 배운 것은 평생 연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사실입니다. 미식축구 선수라면 평생 자신을 향상시킬 수 없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전 아직 55세밖에 안 된 ‘연습 중’인 재즈 뮤지션일 뿐이에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