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정봉섭(63) 체육부장은 ‘족발집의 추억’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중앙대 감독이던 1980년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끝나면 이긴 감독, 진 감독은 물론이고 심판까지 인근 족발집에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복기’를 했다는 것이다. 승패를 떠나 허심탄회하게 그날 전술을 얘기하다 보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요즘 여자프로농구를 보면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을 뺀 나머지 다섯 명의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은행 타미카 캐칭 때문이다.
1라운드를 공동 최하위(1승 4패)로 끝낸 우리은행은 캐칭이 가세한 2라운드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2위까지 올랐다. 용병 한 명이 판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은행이 남은 정규리그 10경기도 모두 이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남자프로농구에선 SBS가 단테 존스 영입 이후 시즌 막판 15연승 신기록을 세운 적도 있으니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그렇다면 캐칭을 막을 비책은 없을까.
수비수로 유명했던 정덕화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16일 캐칭에게 무려 18개의 반칙을 퍼부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캐칭은 지난 연말까지 거친 수비로 유명한 러시아 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내성’이라도 생긴 듯했다. 캐칭의 자유투 성공률은 85%로 높아 파울 작전은 실점만 늘리는 ‘독’이었다. 또 캐칭은 패스 능력이 뛰어나 자신에게 더블 팀이 붙으면 영리하게 외곽의 동료에게 손쉬운 3점슛 기회를 연결했다.
그래서 어설픈 협력 수비보다는 캐칭에겐 어느 정도 점수를 내주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득점만큼은 철저히 봉쇄해야 승산이 있어 보인다. 우리은행의 라이벌인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과 국민은행 이문규 감독도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캐칭이 앞으로 체력 부담 속에 위력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심판이 캐칭의 파울성 플레이에 너무 관대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연 누가 캐칭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의 최고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