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탑승 차량?중국을 극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17일 오전 8시 반경(현지 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SBS TV 촬영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중국에서 극비리에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접촉한다는 소식에 외교 소식통들은 놀라움과 함께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일부는 “미국의 대북(對北) 금융제재 문제 해결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나타냈고, 다른 일부 소식통은 “곧 금융제재 문제가 타결되고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섣부른 예상을 하기도 했다.
여기엔 17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해결 방안이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금융제재의 발단이 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과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 의혹에 대한 마카오 당국의 조사결과에 북한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1999년 포르투갈에서 돌려받은 마카오를 특별행정구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중국 측에 “위폐 유통은 개별 기업이나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광저우(廣州) 선전(深(수,천)) 등을 돌며 개혁 개방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 준 것도 금융제재가 풀릴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이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의심은 가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는 식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북한의 입지를 살려 주는 쪽으로 방침을 결정했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은 위폐 문제로 6자회담이 막혀 북한 핵문제가 심각해 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힐 차관보는 이미 중국 측으로부터 이 같은 방침을 전달받았으며, 18일 중국에서 북측의 김 부상을 직접 만나 최종적으로 위폐 문제에 대한 해명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와 북측의 접촉을 중개한 인사가 바로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정부 내에서는 지난주 힐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을 거쳐 12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마카오 위폐 문제 처리 방안을 포함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구상을 전해들은 뒤 이를 놓고 미 행정부 내의 논의를 마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조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금융제재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선뜻 대화에 나설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이 이번 힐 차관보의 중국 방문 및 북측 인사 접촉을 극비에 부치고 있는 사실은 미국의 입장이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