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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20% 더 떨어져야"…세계경제인터뷰

입력 | 2006-01-18 16:25:00


'11,667,515,000,000 달러'

2004년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다. 11조6675 달러다.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5%가 안 되지만 이처럼 GDP는 전 세계 GDP의 25%를 차지한다. 또 그동안 지칠 줄 모르는 소비로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2006년에도 순항할 것인지 여부는 전 세계의 관심사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경제전망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를 12일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났다.

―잇따른 금리상승으로 미국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 가격하락→자산효과 감소→소비감소→경기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낮은 모기지 금리와 집값상승 효과로 탄력을 받았던 소비도 영향을 받겠지요. 그러나 주택시장 붕괴(collapse)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신규 주택 건설이 지난해 208만 건에서 올해는 189만 건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격상승폭도 올해는 2.9%로 지난해 9.6%보다는 낮아질 것입니다."

―이란 핵 프로그램 재개에 따른 불안감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S&P 경제전망에서 틀렸던 부분이 유가였습니다. 저희들은 유가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카트리나 때문에 한 때 배럴당 70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올해에는 전체적으로는 58달러 수준을 유지하되 하반기에 갈수록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과거처럼 경기침체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미국 경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사실 저는 재정적자는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선진7개국(G7) 중 흑자재정을 보이고 있는 캐나다를 제외하고 미국은 GDP 대비 적자액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양호합니다. 그러나 갈수록 커지고 있는 무역적자는 큰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는 없습니다. 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의 무역수지 흑자를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아요.(웃음)"

―달러화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달러화 가치는 더욱 내려갈 것입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한번 보세요. 달러화 가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떨어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투자수익을 찾아 외국자본의 미국 내 유입이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달러화 수요가 많다보니 달러화 가치가 실제보다 높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FRB가 조만간 금리인상 행진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경제학자는 달러화가치가 최종적으로 지금보다 30% 더 하락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저는 20%는 더 내려가야 한다고 봅니다."

―FRB가 금리인상 행진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주식시장이 탄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금리인상은 언제 중단될까요.

"FRB는 이미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지금은 몇 차례 더 올린 뒤 중단할지가 남은 문제인데 저는 두 차례 더 올리고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9·11테러, 카트리나 등 큰 악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입니다. 카트리나만 해도 큰 도시 한 개를 사실상 폐허로 만들었지만 미국 경제 전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미국 경제 전체가 노동시장을 포함해 매우 탄력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많지만 대신 매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잡으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속 일자리를 옮겨가지요. 미국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이 같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개인에게는 직장을 옮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는 변화에 적응하는데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인 파괴'이지요."

―미국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GDP 대비 기업들의 순익이 기록적인 수준입니다. 현금보유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기업들의 자본재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에너지 산업에서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한국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가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교육시스템이 국제사회 기준에서 볼 때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자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국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교육이 강점이라는 점입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