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던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의 출국을 17일 갑자기 취소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접촉을 지켜본 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뒤엉킨 6자회담 재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전략대화가 열리는 시점(19일)이 힐 차관보가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간 직후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의 18일 베이징 접촉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힐 차관보는 베이징을 떠나면서 “중국 측과 좋은 협의가 있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과 도쿄(東京) 외교가에서는 김 부상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범 해명’식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9월 평양 북-일 정상회담 당시 “일본인 납치는 (내가 모른 채 진행된) 일부의 소행이었다”고 납치 사실을 시인하면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위폐를 제조하고 유통시킨 게 아니라 일부 외화벌이 기업소나 개인이 ‘당 중앙’도 모르게 저지른 불법 행위였다는 것이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다.
그러나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달러 위조 문제를 미국의 사법 질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이 ‘정권 핵심은 몰랐고 일각에서 그랬다’는 북한의 해명을 들은 뒤 ‘좋다. 넘어가겠다. 재발 방지는 분명히 하라’며 넘길 것으로 보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어떤 식이든 북한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얼마나 100달러짜리 지폐를 위조했는지 밝히고 △위조지폐 제조 기계의 위치 및 사후 처리 △위폐 제조 가담자의 처리 문제 등을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주 초에는 베이징에서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 간의 고위급 대화가 열린다. 이 자리가 남북한과 미국 중국 간의 위폐 및 북한 핵 논의를 총결산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