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벌고 속으로 잃는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성주(사진)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은 18일 본보 기자와 만나 금융전문대학원 설립 의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제조업 수출로 많은 외화를 벌지만 외화의 상당 부분은 외국 자본에 의해 해외로 다시 빠져나간다는 것.
재정경제부와 KAIST는 이날 국내 첫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원장은 “세계 주요은행들은 파생상품 선물거래 옵션 등 다양한 ‘신(新)금융’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데 한국은 아직도 예금과 대출 등 전통적인 은행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전문인력’ 비율은 8.9%에 불과하다. 싱가포르(69.1%) 홍콩(63.0%) 등 아시아 경쟁국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박 원장은 국내에 고급 금융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을 주도해 왔다.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은 올해 3월부터 매년 금융 부문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100명씩 모집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실무자를 위한 6개월 단기 과정도 기수마다 100명씩 뽑는다.
새로 생길 금융전문대학원은 아직 명문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 스쿨) 등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금융전문대학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실험적인 시도다.
박 원장은 “금융전문대학원은 회계 과정 없이 금융 과정에 집중하므로 명문 경영대학원보다 금융에 대한 상대적인 장점이 있다”며 “홍콩과기대가 KAIST에 먼저 교류를 제안할 정도로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의 실험’이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