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충우돌 코미디 오늘 개봉
‘투사부일체’(제작 시네마 제니스)가 19일 개봉한다. 2001년 관객 350만 명을 동원한 전작 ‘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의 2탄이라는 의미로 ‘두‘ 대신 ‘투’를 붙였다.
전편에서 조직폭력배 중간보스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학교에 들어갔던 계두식(정준호)이 2편에서는 윤리과 교생이 되어 학교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축이다. 아이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다름 아닌 자신의 보스 오상중(김상중)이 되면서 계두식의 심상치 않은 앞날이 예고된다. 교실 밖에서는 조직의 보스와 부하로, 교실 안에서는 선생과 제자로 만나는 계두식과 오상중의 ‘퐝(황)당한 시추에이션’이 폭소를 자아낸다.
전편과 변함없이 고등학교를 무대로 정준호, 그의 오른팔 상두 역에 정웅인, 대가리 역에 정운택 이른바 ‘정 트리오’가 좌충우돌 코믹 연기를 보여주고 1편에서 특별출연에 그쳤던 두목 김상중이 새로운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열연한다. 여기에 여교사 최윤영, 대가리의 아내 춘자, 여고생 미정역의 한효주, 3학년 8반 문제아역의 하동훈(하하)의 감초 연기가 돋보인다.
정웅인이 17일 시사회장에서 “대한민국에 작품상 코미디 부문이 생기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무대 인사를 한 것은 ‘고 자극 슈퍼 코미디’라는 이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준 말이었다. 신예 김동원 감독은 전편에서 강조됐던 대사나 캐릭터 보다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적 코미디에 강조를 둔 듯하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전과 연기자들의 호연은 ‘웃겨라’는 지상명제에 충실하다.
그러나 이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전편에 이어 ‘사학 재단 비리’라는 점에서 무겁다. 학교에 간 조폭이 비리 재단을 응징한다는 줄거리는 1편과 마찬가지로 조폭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지만, 악이 악을 징벌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황당한 설정이다.
성적을 조작하고 교장의 뺨을 때리고 심지어 여고생과 원조교제까지 하는 재단 이사장 아들인 중년 교사의 모습은 마침 사학법 파동 뒤끝이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감독의 설정에 충실하게 따라 웃으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이 영화가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현실’의 섬뜩함 때문이다.
○ 학교권위 조롱 씁쓸한 뒷맛
‘웃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온갖 욕설과 성적 농담을 질펀하게 나열하고, 학교와 스승으로 대표되는 제도권의 질서와 권위를 마음껏 조롱하는 영화에서 아이들은 ‘네가 선생이야’ 대들고 교사는 제자에게 ‘이 걸레 같은 것’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조폭들이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고 진정한 스승으로 대접받는 결말은 영화가 선물해 준 그 많은 웃음들을 씁쓰레하게 만든다.
배꼽 빠지게 웃고 나왔지만, 막상 영화관을 나섰을 때 차오르는 이 결핍은 무엇일까. 헛웃음이라도 ‘웃을 수만 있다면’, 조폭이고 뭐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을 수만 있다면’ 이 힘든 삶을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한국 영화에서 어느덧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조폭 코미디는 웃음으로 포장된 또 다른 위악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