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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리 타임]기적의 전술은 없다

입력 | 2006-01-19 03:22:00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 아랍에미리트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그는 수비수 4명을 배치하는 ‘포백’도 실험했으나 최근 한국선수들이 3-4-3에 익숙한 데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3-4-3을 그대로 쓴 듯하다.

유럽프로축구에서 맹위를 떨치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첼시(잉글랜드)는 포백인 4-3-3을 쓴다.

과연 승리를 부르는 ‘기적의 전술’은 존재할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획기적 전술의 대표적 예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의 서독(현 독일)대표팀이 사용한 ‘WM’포메이션을 들었다.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이 이끄는 서독은 결승전에서 푸스카스가 이끌던 32경기 무패행진의 ‘무적함대’ 헝가리에 3-2로 역전승했다.

예선에서는 3-8로 대패했으나 결승에서 전술과 투지의 조화로 이겼다. 당시 서독의 포메이션은 수비수 3명, 수비형 미드필더 2명, 공격형 중앙미드필더 2명, 공격수 3명을 ‘W’자와 ‘M’자처럼 배치했다고 해서 ‘WM’시스템으로 불렸다. 이는 그라운드 전역을 장악하고 큰 위험 부담 없이 공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가들이 5명 이상의 공격수를 배치하던 포메이션을 개선한 혁명적 전술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또 하나는 1974년 우승팀 서독의 대인방어시스템, 1978년 우승팀 아르헨티나의 대인, 지역방어 혼합시스템도 큰 이정표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스승인 네덜란드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도입한 ‘토털 축구’도 큰 변화로 꼽힌다.

이 전술들은 효율성이 돋보였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상황에서 각국 선수들의 능력을 고려해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조됐다. 포메이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와 ‘운용’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3-4-3에서 4-3-3으로 바뀔 경우 선수들의 행동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새 수비수 발굴도 필요해 단기간에 바꾸기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41일간의 전지훈련 도중 최적화된 전술을 찾기 위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연구도 치열할 것이다. 결국 ‘기적’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