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뉴욕 유엔본부 2층 로비.
유엔을 출입하는 각국 기자 30여명이 일찍부터 몰려들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는 한국의 반기문(潘基文·사진) 외교통상부 장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12시40분. 반 장관이 나와 아난 총장과의 면담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자마자 질문들이 쏟아졌다.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나설 계획이 있나."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나."
반 장관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없다. 더 이상 논평할 게 없다"고 답변했지만 '아난 총장에게 출마의사를 표명했느냐'에서부터 '어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은 왜 만났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처럼 요즘 유엔에서는 반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할지 여부가 뜨거운 관심거리다.특히 일본 기자들은 반 장관의 일정을 밀착 취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낸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반 장관도 이날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공감대가 회원국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본다"며 "한국정부가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무총장 결정은 사실상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그런데 이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도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7일 '반 장관 출마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반 장관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워싱턴에 근무할 때부터 알고 있고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반 장관은 17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유엔주재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반 장관은 19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북한의 위조지폐 논란 및 6자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