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가 1위다. 아니다 하이트다. 거 왜들 그러십니까? 당신이야 이기면 짜릿하겠지만 그 얘긴 우리에겐 김빠진 맥주거든요.
하이트든 오비든 짜릿한 싸움보다 짜릿한 맛을 더 원합니다.
잘 만드세요. 그러면 마십니다. 자 그럼 어디 맛 좀 볼까요? ”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와 원숭이처럼 으르렁대는 좋지 않은 사이를 말하죠.
경제계에도 앙숙인 회사가 많습니다. 수십 년간 라이벌로 지내온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도 그렇습니다.
이들의 신경전은 대단합니다. 최근에 벌어진 ‘생맥주 시장 1위’를 둘러싼 논쟁만 봐도 그렇습니다.
오비맥주는 17일 주류공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자사 브랜드인 카스가 지난해 10월 생맥주 시장점유율 46.2%로 하이트맥주(43.9%)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캔맥주와 병맥주 시장에서는 하이트맥주가 1위입니다. ‘주류업계 공룡’인 하이트맥주에 치여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판에 카스의 생맥주 시장 1위는 오비맥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겠죠.
하지만 이날 하이트맥주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카스 생맥주 1위는 제살 깎아먹기의 결과”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더군요.
설명은 이렇습니다. 맥주시장에 국내 브랜드는 하이트, 오비, 카스,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카스가 1위를 한 건 자사 브랜드인 오비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2005년 맥주시장 출고자료를 봤습니다. 1분기(1∼3월) 시장점유율이 하이트 45.4%, 카스 39.8%, 오비 14.8%였는데 10월에는 하이트 43.9%, 카스 46.2%, 오비 9.9%였습니다.
카스가 약진하는 사이 하이트와 오비가 주춤했는데 상대적으로 오비의 시장점유율 하락폭이 컸습니다.
하이트맥주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트의 시장점유율도 떨어졌는데 상대방 ‘흠집 잡기’에 나선 것도 모양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양측의 신경전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2003년에는 오비맥주가 1.6L짜리 페트병 맥주 출시 기자회견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한 하이트가 “국내 처음으로 1.6L 페트병을 출시한다”는 보도 자료를 먼저 내 ‘김 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건전한 라이벌 관계는 서로를 발전시킵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그늘’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페어플레이’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