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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제라르 뱅데]과학기술 꽃피운 하나된 유럽

입력 | 2006-01-20 03:03:00


아리안 로켓, 에어버스 여객기,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갈릴레오 프로젝트…. 유럽의 과학계와 산업계가 이뤄 낸 성공작들이다.

1973년 유럽우주협의회의 샤를 아닌 회장은 “아리안 로켓은 유럽이 하나가 됐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리안 로켓의 기술적, 산업적, 경제적 성공은 유럽이 정치적으로 같은 범주 안에 있을 때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가장 최근에 아리안 로켓이 발사된 것은 지난해 12월 21일이었다. 인도의 통신위성과 유럽의 기상위성을 함께 쏘아 올렸다. 아리안 5호 로켓의 11번째 연속 발사 성공이었다.

지난해는 에어버스에 기념비적인 해였다. 대형 여객기 A380을 만들고 처녀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로 대단한 사건이다. 수많은 대학 연구실이 협력해 가벼우면서 튼튼한 형상 기억 합금을 만들어 낸 것이 성공의 배경이다.

비행기 제작도 유럽 전역에 걸쳐 진행됐다. 300만 개가 넘는 부품은 유럽 전역에서 조달됐다. 비행기의 동체(胴體)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꼬리날개는 스페인에서, 날개와 핵심 엔진은 영국에서 각각 만들었다. 각각의 완성품은 프랑스의 툴루즈로 옮겨져 최종 조립 단계를 거쳤다.

A380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유럽의 항공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U는 유럽 항공사들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화석 연료의 매장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대체에너지원 개발은 전 지구의 관심사다. ITER는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 추진되는 계획이다. 바닷물 속에 있는 중(重)수소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EU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이 실험로를 프랑스 남부지방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 각국이 힘을 모은 결과다.

유럽 국가들 간의 엄청난 협상 끝에 지난해 실행된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유럽에 경제적 성공뿐 아니라 전략적인 이점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통 관련 정보를 비롯해 환경, 농업, 어업, 에너지, 재산 및 인명 보호 등 적용 범위는 무척 넓다.

군사적 목적이 우선인 미국의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과는 달리 갈릴레오는 상업용 목적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비상시 미군 당국이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GPS와 달리 갈릴레오는 끊김 없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은 2010년까지 모두 3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상용화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리안 로켓, 에어버스 A380, ITER,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모두 유럽의 기술이 올린 개가다.

유럽의 과학은 이렇게 개가를 거두고 있는데 유럽의 정치는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과학의 성공에서 정치적 성공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유럽이 힘을 모아 이뤄 낸 일련의 과학적 성과는 EU를 통한 유럽의 확대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25개국으로 구성된 EU가 단일 시장이라는 점, 자유무역지대라는 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EU는 계속해서 산업과 연구 분야에서 야심을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나라의 힘을 모아야만 가능한 큰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반복될 때 유럽은 더 강력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거대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밖에 없다. 전 유럽은 힘을 모아 미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도다. 이런 구도는 양측의 노력을 촉발시켜 모두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전 세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럽은 하나가 될 필요가 있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