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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종구]‘중국의 힘’ 대비할 장기전략 있나

입력 | 2006-01-20 03:03:00


“남북한과 미국 등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의 중심에는 항상 중국이 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긴박하게 펼쳐지는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새삼 확인한 사실이다.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말 중국으로 건너가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위폐 문제를 논의했다. 이달 8일에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가 베이징에서 우 부부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주에는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잇따라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힐 차관보는 18일 다시 베이징에서 우 부부장, 김 부상을 만났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현재 6자회담의 최대 난관인 ‘북한의 위조 달러 제조 의혹’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과시했다.

북한 문제에서의 ‘중국 주도’는 핵문제에서만이 아니다.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급부상한 위폐 문제도 중국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북한 계좌를 갖고 있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위폐 문제와 관련한 ‘정보’와 ‘칼(처분권)’을 함께 쥐게 됐다. 북한 한국 미국은 중국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문제 전반에서 발언권을 높여 가려는 장기적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8월 한국에 인접한 산둥(山東) 반도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북한 자원개발 사업에 이미 깊숙이 진출한 중국은 지난달 북한과 서해 원유 공동개발 협정을 맺음으로써 본격적인 자원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이런 ‘중국의 힘’을 우리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