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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기구, 코타키나발루서 일주일 봉사활동

입력 | 2006-01-20 03:03:00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자원봉사단원들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눔박마을에서 다리를 보수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동정민 기자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북부에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한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휴양지다. 코타키나발루 도심에서 30분가량 걸리는 빈민촌 눔박마을에 수상가옥이 몰려 있다. 650가구 4000여 명이 이곳에 산다. 변변한 화장실도 없는 수상가옥에서 이들이 고기를 잡아 버는 수입은 한 달에 200링깃(약 6만 원) 정도.

“말레이시아에 있는 셋째 아들을 만나러 왔어요.”

12일 선물 꾸러미를 잔뜩 들고 눔박마을을 찾은 노창범(34) 이정화(40·여) 씨 부부의 발걸음이 들떠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국제구호단체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기아대책)’를 통해 ‘일대일’ 후원을 하고 있는 아닐존 앙가존(8) 군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노 씨 부부는 “앙가존 군이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후원해 주고 필요하다면 한국으로 데려와 일자리도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아대책 자원봉사팀은 7일부터 일주일간 이곳을 방문해 사랑의 손길을 폈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기아대책과 GS홈쇼핑이 ‘이웃으로 커가는 가족사랑’이라는 주제로 봉사 수기를 공모해 뽑힌 가족 10팀(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아대책이 운영하는 ‘눔박학교’를 찾았다. ‘눔박학교’는 정규 교육을 포기한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비공식학교.

봉사단은 눔박마을의 끊어진 나무다리를 새로 놓았다. 이 다리는 수상가옥촌의 유일한 이동통로. 하지만 바닷물 때문에 다리 상판인 판자가 썩어 주민들이 다리에서 떨어져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이들은 새로운 판자로 다리를 놓아 주고 마을 입구에 시멘트로 계단도 만들었다. 현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도왔고 지나가는 주민들은 “꼬레아, 써리마 까싯(한국 고맙습니다)”이라고 연이어 말했다.

여자들은 아이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어린 학생들과 퀴즈, 노래부르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노인들의 머리를 깎는 봉사를 하는 홍미영(38·여) 씨는 “‘일본 최신 스타일’로 머리를 깎아달라는 아이들이 귀엽다”면서 “이가 득실득실하고 감지 않아 머리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보면 짠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교 3년생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오미란(45·여) 씨는 “아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면서 “아들이 자라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타키나발루=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