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에이미 카스카다(변호사·31)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윌 유 매리 미(Will you marry me·결혼해 주실래요)’라는 별명을 가진 7번 메뉴를 주문했다. 1년 남짓 사귄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최근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남친’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9개월 뒤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가 맨 먼저 간 곳은 피트니스센터였다. 결혼 준비의 첫걸음이 몸매 관리인 것이다. 10kg 감량을 목표로 한 그에 따르면 뉴욕의 예비 신부들은 피트니스센터 등록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고 한다.》
웨딩 드레스도 예비 신부들의 관심사. 최근 카스카다 씨를 비롯한 예비 신부들의 시선은 뉴욕에서 열린 ‘더 그레이트 브라이덜 쇼’에 쏠렸다. 이 행사는 매년 2회 미국 대도시를 순회하는 이벤트로 웨딩 드레스, 신랑의 턱시도, 허니문 패키지를 판매한다.
웨딩 드레스는 평생 소장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여를 선호하는 추세다. 신랑의 턱시도는 웨딩 드레스에 비해 자주 입을 수 있지만 대부분 대여한다.
예비 신부들이 꿈꾸는 유명 디자이너의 웨딩 드레스는 최소 3000달러(약 300만 원)에 이른다. 빌릴 때는 판매가의 20%.
최근에는 드레스 외에 웨딩 베일(veil)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 베라 왕이 내놓은 중세 스타일의 베일은 3000달러를 웃돌면서 웨딩 드레스와 맞먹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일 트렌드는 짧은 툴이 달린 미망인 스타일이어서 흥미롭다.
미국 영화에서는 어머니나 할머니의 웨딩 드레스를 물려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카스카다 씨처럼 웨딩 반지는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물려준 다이아몬드 반지를 새롭게 세팅할 계획이다.
결혼식 풍경도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지난해 말 ‘맨해튼 커플’인 신부 타마라 스타우트(세일즈맨·36) 씨와 동갑내기 신랑 클라크 스타우트(주식투자가) 씨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한다.
웨딩 파티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은 신랑 신부의 들러리들(왼쪽). 오른쪽은 아버지와 함께 발라드 댄스를 추고 있는 신부. 신부와 신부 아버지의 춤은 결혼식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한국에서 ‘들러리’라고 부르는 브라이드 메이드(Bridesmaid)는 신부의 친한 친구나 친척들이 맡는다. 신부는 네 명의 친구를 브라이드 메이드로, 사촌 언니를 브라이드 메이드의 대표인 ‘메이드 오브 오너(Maid of honor)로 정했다. 신랑은 그 짝을 맞추기 위해 네 명의 ‘그룸즈먼(Groomsman)’과 한 명의 ‘베스트 맨(Best man)’을 정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여름 사우스뉴저지의 해변에서 처음 만났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결혼식은 사우스뉴저지의 교회에서 하객 130여 명을 초청해 조촐하게 치렀다. 교회 행사가 끝난 뒤 하객들은 해안 가까이 정박한 배의 리셉션 장소로 옮겨 스낵과 술로 ‘칵테일 시간’을 즐긴다. 신랑과 신부가 초청한 가족과 친지, 하객들이 얼굴을 익히는 시간이다.
밤 8시경 ‘웨딩 파티’가 열렸다. 신랑 신부는 이 파티에서 연주하거나 부를 노래를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파티가 열리면 처음 등장하는 사람은 ‘플라워 걸(Flower girl·꽃을 든 소녀)’과 ‘링 베어러’(Ring bearer·결혼 반지를 전달하는 소년), 양가 부모다. 이어 DJ의 흥겨운 소개에 따라 브라이드 메이드와 그룸즈먼들이 짝지어 등장하고, 메이드 오브 오너와 베스트 맨이 뒤를 따라 나온다.
이들이 팔로 만든 터널을 신랑 신부가 손을 잡고 지나온 뒤 로맨틱 발라드 댄스를 추기 시작하면 파티 분위기가 본격 고조된다. 신랑 신부의 춤이 끝나자마자 하객들도 무대에 합류해 ‘춤판’을 벌인다.
이후 저녁 식사와 참석자들의 축사를 비롯해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 신랑과 신랑 어머니의 댄스가 이어진다. 파티는 밤이 깊을 때까지 이어지다가 오전 2시경 하객들이 신랑 신부에게 축하 인사를 다시 한번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웨딩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가 하객들 앞에서 추는 발라드 댄스인 듯하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장에서 신부와 신부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미국에서는 곱게 기른 딸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눈물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한 하객들의 눈가에서 눈물을 볼 수 있는 것도 정겨운 풍경이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blurch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