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에 관한 한 국민 다수의 의견은 항상 틀리게 되어 있다. 나의 논리로 나라의 경제를 논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원리와 전략을 모르면 일은 세계 수준으로 하고 봉급은 한국 수준으로 받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번 나랏돈을 외국 금융 투기꾼들에게 다 빼앗기게 된다. 경제 모르고 선진국 되려고 하는 것은 공부 않고 우등생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본문 중에서》
경제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 씨의 말처럼 오락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원론 책은 너무나 딱딱하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경쟁력, 재벌, 기업그룹, 선단식 경영, 자회사, 경제구조. 다각화, 주거래은행, 인수합병(M&A), 미일 기업의 차이, 기업의 성장 방법, 경제전략 등 현실적으로 중요한 경제 문제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를 쉽게 설명하는 이 책은 돋보인다. 이 책은 국경이 중시되던 시대가 아니라 글로벌시대를 위한 책이다. 글로벌시대에 꼭 알아야 할 용어들도 쉽게 설명했다. 그리고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인 저자가 여러 세계 석학과 대담한 내용들도 소개하고 있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과 상관없는 병법은 탁상공론이듯,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과 상관없는 경제원리도 탁상공론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한국의 기업 및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노스 씨 등의 조언을 받아 저자가 직접 개발한 경쟁력 향상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보면 경영 정부 정치 교육 기술 등이 우리의 경쟁력 향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700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110달러, 경제 규모가 77억 달러이다. 삼성전자는 종업원 7만여 명에 매출액은 700억 달러이고 세계 최대 회사인 월마트의 매출액은 무려 270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책은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주장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원론 책들은 거의 미국식 기업만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8대 무역회사인 일본의 종합상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일본은 기업그룹의 나라다. 일본과 수십 년간 무역을 하면서 계속 무역 적자를 크게 보는 것은 우리가 일본 기업을 너무나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게이레쓰, 한국의 기업집단, 자회사 등을 설명하는 점에서도 이 책은 돋보인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나라로 사람에 따라 미국 일본 독일 등을 든다. 그러나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이 중 어느 한 나라를 따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앞설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된다고 했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시대는 경제원리를 많이 아는 국민이 승리하는 시대이다. 경제지식 없이 세계 경제전쟁에 나서는 것은 싸울 줄도 모르면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경제지식 없이 선진국이 되려고 하는 것은 공부하지 않고 우등생이 되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중국 최대의 출판사인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2003년에 번역 출판된 바 있다. 재미있는 예도 많아서 경제원론 책 중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박승철 서울보훈병원장·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