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14조 2항과 제31조의 뒷부분은 법 제정 당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돼 왔다.
언론의 공적인 의무와 개인(특히 공인)의 인격권이라는 가치가 충돌할 경우 사실상 언론이 침묵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법원이 위헌심판 제청한 사건 중 상당수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언론보도 심각하게 위축”=이 법으로 인해 예상되는 폐해의 예를 들어 보자. A 언론사는 기업체 관계자로부터 특정 기업이 권력 실세 B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오랜 취재 끝에 B 씨의 비리를 폭로했다.
B 씨는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A 언론사의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언론사는 취재원 보호 등의 문제 때문에 B 씨의 주장을 뒤집을 물증이나 증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정정보도 청구 사건에서는 언론사에 면책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명예훼손이나 정정보도에서 적용되는 민법의 불법행위 조항에 따라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공적 관심사(공공성)이고 △진실이면 (또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사라져 언론기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 제정된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언론기관은 이런 경우에도 책임을 지고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심판 제청을 한 재판부는 “피해자는 언론보도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개연성만 입증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면 언론사는 그 청구가 명백히 사실에 어긋나는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언론사에 충분한 방어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헌법 제27조 1항의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문제의 조항들은 언론사에 과도한 사실조사 의무를 부담시켜 결과적으로 의혹 제기 차원의 언론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기 때문에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대표적인 언론법”=언론중재법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함께 노무현 정부가 언론개혁을 위해 제정한 대표적인 언론 관련법이다.
언론중재법의 조항은 언론의 공적인 기능을 간과한 채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의 정정보도 청구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실상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악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한편 지난해 7월 발효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환경건설일보는 각각 지난해 2월, 3월, 6월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7월 5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