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세트. 이현일(사진·26·김천시청)이 피터 게이드(덴마크)에게 1점만 내준 채 14-1로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기세에 눌린 상대 스매싱이 힘없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벗어났다. 이현일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얍"하고 외마디로 환호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역사가 다시 쓰이는 순간이었다.
22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세계 랭킹 5위 이현일은 세계 4위로 1999년 이 대회 챔피언인 피터 게이드와 1시간8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1(3-15 15-8 15-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현일은 1899년 시작된 최고 역사의 전영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단식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AFP통신은 우승 후보 게이드의 패배를 '쇼크'로 표현할 만큼 이현일의 승리는 대단한 이변이었다.
한국체대 1학년 때인 1999년 이후 8번째 도전 끝에 한국 셔틀콕의 자존심을 살린 이현일은 "처음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 꿈꿨던 모습이 이제야 이뤄졌다"며 "하늘을 날아갈 듯 기쁘다"고 말했다.
첫 세트를 먼저 내준 이현일은 게이드의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려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 끝에 2세트를 잡아내 위기에서 벗어난 뒤 3세트 들어 절묘한 헤어핀과 위력적인 스매싱으로 8-0까지 달아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현일은 23일 세계 1위로 2004년 챔피언 린단(중국)과 우승을 다툰다.
혼합복식 이재진(밀양시청)-이효정(삼성전기) 조와 여자복식 이경원-이효정 조(삼성전기)는 준결승에서 모두 중국의 벽에 막혀 동메달에 머물렀다.
버밍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