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오늘부터 1990여 개 전체 사립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간다. 사학의 직무 전반에 걸쳐 대대적 감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배경을 감사원은 “최근 사학 비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발하는 사학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정(司正)조직을 총출동시키는 이번 특감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이 잡듯 뒤져 내 ‘사학은 썩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그래서 사학법 개정이 옳다’고 여론을 끌고 갈 공산이 크다. 사학에 대한 직무 감찰은 감사원도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자제해 왔던 부분이다. 헌법상 독립된 기관인 감사원이 노무현 정권이 가장 원하는 시기에 ‘코드 감사’에 착수함으로써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다. 사학 감사를 통해 비리를 시정할 수 있다면 정부 여당이 무리하게 사학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었다는 의미 아닌가.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파문은 벌주기 식 전면특감이나 정치적 극한 대결로 몰고 갈 일이 아니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장은 20일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임 초인 6일에 이어 거듭 사학법 재개정 용의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즉각 사학법 재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유 의장은 여당 내에 존재하는 합리적 의견을 제시했다고 본다. 본란은 사학이 결사반대하고, 한나라당이 장외투쟁까지 벌이는 개정 사학법 문제는 재개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개정 사학법에 위헌적 독소조항이 있다는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문 변호사들도 인정한 사실이다. 헌법에 규정된 사학의 자율성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악법(惡法)을 시행령으로 보완할 수는 없다.
이번 주 사학법 재개정안 초안을 발표하는 한나라당은 유 의장 제안대로 국회에서 재개정을 협상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위헌적 악법을 쏟아 낸 비민주적 정권이라는 오명(汚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