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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이현일 배드민턴 역사 새로 쓰다

입력 | 2006-01-23 03:03:00


마지막 3세트. 이현일(26·김천시청·사진)이 피터 게이드(덴마크)에게 1점만 내준 채 14-1로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기세에 눌린 상대 스매싱이 힘없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벗어났다. 이현일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얍” 하고 외마디로 환호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역사가 다시 쓰이는 순간이었다.

22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세계 랭킹 5위 이현일은 세계 4위로 1999년 이 대회 챔피언인 게이드와 1시간 8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1(3-15, 15-8, 15-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현일은 1899년 시작된 최고 역사의 전영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단식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AFP통신은 우승 후보 게이드의 패배를 ‘쇼크’로 표현할 만큼 이현일의 승리는 대단한 이변이었다.

한국체대 1학년 때인 1999년 이후 8번째 도전 끝에 한국 셔틀콕의 자존심을 살린 이현일은 “처음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 꿈꿨던 모습이 이제야 이뤄졌다”며 “하늘을 날아갈 듯 기쁘다”고 말했다.

첫 세트를 먼저 내준 이현일은 게이드의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려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 끝에 2세트를 잡아내 위기에서 벗어난 뒤 3세트 들어 절묘한 헤어핀과 위력적인 스매싱으로 8-0까지 달아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현일은 23일 세계 1위로 2004년 챔피언인 린단(중국)과 우승을 다툰다.

혼합복식 이재진(밀양시청)-이효정(삼성전기) 조와 여자복식 이경원-이효정 조(삼성전기)는 준결승에서 모두 중국의 벽에 막혀 동메달에 머물렀다.

버밍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손잡이’ 이현일은 누구▼

이현일은 한국 배드민턴의 희망.

영등포초등학교 5학년 때 배드민턴과 인연을 맺었고 6년 뒤인 서울체고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남자단식의 강자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2년 일본오픈 우승에 이어 2003년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 16강전 탈락으로 슬럼프에 빠져 6개월 가까이 쉬면서 몸무게가 7kg이나 불어나기도 했다. 은퇴와 코트 복귀를 놓고 방황하던 그는 지난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컴백해 시즌 후반부 인도네시아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단식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대만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라켓은 왼손으로 잡고 연필이나 젓가락은 오른손으로 잡는 양손잡이.

버밍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전영오픈선수권:

전영오픈은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1899년 시작된 세계 최초의 배드민턴대회로 상위권 선수에게는 올림픽보다 입상하기 어려운 무대로 통한다. 올림픽 남자단식은 48명이 출전하고 국가마다 출전 선수 수를 제한하는 반면 전영오픈은 예선을 거친 64명이 출전하고 출전국 제한도 없어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 특히 한국 셔틀콕의 취약 종목인 남자단식은 전영오픈에서 1986년 성한국, 1996년 이광진 박성우가 동메달만 땄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