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의 희망이던 이브라힘 루고바(사진) 코소보 대통령이 21일 폐암으로 타계함에 따라 코소보의 장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향년 61세.
그는 코소보의 최종 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나흘 앞두고 사망했다. 이에 따라 당초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던 코소보 알바니아계 지도자와 세르비아 정부의 최종 지위 협상도 2월 초로 미뤄졌다.
그러나 루고바 대통령이 빠진 협상에서 코소보의 장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루고바 대통령은 1990년대 초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코소보 지역의 자치주 지위를 박탈하고 세르비아공화국에 편입시킨 데 맞서 비폭력 평화운동을 시작해 ‘발칸의 간디’라 불렸다. 2002년 3월 코소보 초대 대통령에 선출돼 지금까지 재임해 왔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루고바 대통령의 비폭력 대화 노력을 지지해 왔으며 그의 지도력 아래 코소보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해 왔다.
루고바 대통령 사망 이후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코소보 주민들에 대해 냉정함과 단결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의 죽음으로 코소보가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코소보에서는 아직 알바니아계 주민과 세르비아계 주민 간 갈등과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알바니아계의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특히 루고바 대통령이 없는 협상에서 알바니아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 무장 투쟁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