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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파워그룹 그들이 온다]여성법조인 돌풍

입력 | 2006-01-23 03:03:00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낸 서울대 조사위원회. 자연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이 조사위에는 여성 법학자 1명이 포함돼 활동했다.

주인공은 서울대 박은정(朴恩正·법 여성학) 법대 교수. 박 교수는 최고 전문가들이 활동한 이 조사위에서 생명공학 연구와 관련한 법과 윤리 문제를 검증했다. 그는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남아 있던 서울대 법대 교수에 2003년 임용돼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여성 파워의 약진은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법조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여성도 있다’는 차원을 넘어선 지는 오래고 능력과 성과를 토대로 법조계의 핵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법원 주요 보직에 연이어 진출

여성 법조인의 파워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분야는 법원이다.

윤승은(尹昇恩·사법시험 33회) 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사법정책심의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성으로서는 사상 처음 사법정책심의관에 임명된 윤 판사는 사법부의 정책과 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수안(田秀安·사시 18회) 판사는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임명됐다. 조세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그는 올해 7월 대법관 인사를 앞두고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최고위직에는 김영란(金英蘭·사시 20회) 대법관과 전효숙(全孝淑·사시 17회) 헌법재판관이 이미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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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특별수사의 주력으로 부상

이지원(李至媛·사시 39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 검사는 현재 황우석 교수 사건 특별수사팀의 일원으로 줄기세포 관련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특별수사팀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성 검사다.

2004년 8월 여성 검사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발탁된 이 검사는 2004년 12월 서울 주요 대학 교수들이 수억 원대의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를 밝혀내 대학교수 4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조희진(趙嬉珍·사시 29회·부장검사) 사법연수원 교수는 여성 검사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2004년 6월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에 임명돼 첫 여성 부장검사가 됐다.

○ 법무법인서 골리앗 기업을 꺾다

국내 양대 법무법인 가운데 하나인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황보영(黃寶榮·사시 28회) 변호사는 국제 특허소송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998∼2001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퀄컴을 상대로 진행한 로열티 지급 관련 국제 중재사건을 대리해 ETRI가 2억 달러를 받도록 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덕현(金德賢·사시 22회) 변호사는 2000년부터 여성 변호사 단체인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아 온 여성 변호사의 대표 주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으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 법학계의 주류로 성장하다

법학계에서는 2003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명된 여성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박은정 양현아(梁鉉娥·법 여성학) 이우영(李瑀渶·공법) 교수가 주인공. 양 교수는 2003년 7월 서울대 법대 최초의 여성 교수로 임명됐다.

현 법제처장인 김선욱(金善旭·법 여성학) 이화여대 법대 교수도 법 여성학의 권위자다. 그는 국내 최초로 이화여대에 법 여성학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가지못할 성역은 없다” 전문영역 확대▼

여성 법조인들은 더는 ‘여성 최초’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는 전문성과 능력이다.

여성 판사들은 주로 가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법원 민유숙(閔裕淑·사법시험 28회) 재판연구관은 재산분할 관련 연구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해 대표적인 가사전문 법관으로 꼽힌다.

서울가정법원 한숙희(韓淑熙·사시 31회) 판사는 지난해부터 가정법원이 시행 중인 임기 6년의 첫 가사전문법관에 임명돼 가정폭력과 이혼사건 등을 전담하고 있다.

여성 검사들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특수부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등에서 활약하면서 ‘성역’을 깨뜨리고 있다.

울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김희경(金希京·사시 41회) 검사는 부임 후 11개월 만에 마약사범 29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정옥자(鄭玉子·사시 39회) 검사는 전국 규모 조직폭력단이 연루된 100억 원대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회사대표와 변호사 등 3명을 구속했다.

대검찰청 홍보담당관실 장소영(張少英·사시 43회) 검사는 광고기획사 근무 경력과 대학 학보사 경험을 살려 지난해 5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검찰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다.

여성 변호사들은 금융, 지적재산권, 의료 등으로 전문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법무법인 광장 소속 이미현(李美賢·사시 26회) 변호사는 자산유동화 업무의 전문가. 최근 자산관리공사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미국 투자회사 론스타에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이지수(李知修·사시 27회) 변호사는 수원지법 판사와 하버드대 법대 객원연구원을 거친 조세전문가.

인권과 노동 분야에서는 진선미(陳善美·사시 38회) 변호사가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공익소송을 많이 맡았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현희(全賢姬·사시 38회)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다루는 소송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 영역에서 활동 중인 여성 법조인구분 이름
(사시 횟수)소속 및 직책분야 및 활동 내용법원민유숙(28회)대법원 재판연구관재산분할 연구논문 다수, 가사사건 판례 연구이림(28회) 사법연수원 교수법원 내 여성법 연구모임 운영한숙희(31회)서울가정법원 판사가정법원 첫 가사전문법관전주혜(31회)서울고등법원 판사2005년 ‘재산분할 제도의 실증적 고찰’ 논문 발표윤승은(33회)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법원행정처 첫 여성 사법정책심의관

검찰 이옥(31회)대검찰청 연구관여성·청소년 범죄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담당박소영(37회)대검찰청 연구관 대검 기획조정부 유일한 여성 연구관정옥자(39회)수원지검 검사전국 규모 폭력조직 연루된 100억 원대 주가조작사건 수사김희경(41회)울산지검 검사마약조직범죄수사부 근무 11개월 만에 마약사범 29명 구속장소영(43회)대검찰청 검사검찰 첫 여성 홍보담당 검사재야법조계(변호사)이미현(26회)법무법인 광장 자산관리공사 자산유동화증권 해외매각 진행이지수(27회)김&장조세사건 전문이명숙(29회)개인 변호사가정폭력 피해여성 및 청소년 변론김수진(34회)개인 변호사 이혼 등 가사사건 전문조영희(37회)법무법인 세종 증권 금융 관련 전문강율리(37회)법무법인 지평 국제분쟁 전문진선미(38회)법무법인 덕수 노동 인권 전문이상희(38회)법무법인 한결 인권전문가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