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용평스키장에서 열리는 장애인 알파인월드컵스키대회를 앞두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한국 대표팀 김남제 감독(가운데)과 한상민(왼쪽), 정병엽 선수. 평창=이승건 기자
다리 없이도, 팔 없이도 표범처럼 빠르게, 나비처럼 사뿐하게 설원을 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장애인 알파인월드컵스키대회. 개막 전날인 21일 선수촌인 강원 평창 오대산호텔에서 그들을 만났다.
“힘들지 않느냐고요? 재미있던 걸요.”
한국 대표팀의 막내 정병엽(22·한국체대)은 2003년 2월 장애인 스키캠프에 ‘왕 초보’로 참가했다가 김남제(44) 감독의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1980년대 중반까지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1992년 사고 후 장애인 대표로 활동한 의지의 사나이. 막 스키를 배운 사람을 어떻게 선수로 발탁할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폼만 봐도 어떤 재목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병엽이 덧붙인다. “전부터 운동을 했어요. 장애인 수영 대표로 활동했거든요.” 그럼 그렇지. 운동에는 타고난 소질을 지니고 있었던 게다.
한상민(27·한국체대)은 널리 알려진 선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동계올림픽 대회전 종목 좌식(Sitting) 스키 부문에 출전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영웅이다. 비시즌에는 휠체어 농구대표로 활동하는 스포츠의 달인.
“메달 획득보다 중요한 것은 고생한 다른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거둬 3월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함께 나가는 일”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토리노에 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장애를 지닌 채 운동하는 것이 고생스럽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우문에 두 사람 모두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에 힘든 것도 즐겁게 견뎌낼 수 있었다”는 현답을 한다. 어릴 때는 친구들의 놀림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커 가며 대범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단다. 웃으며 얘기하는 청년들에게서 장애의 그늘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대회에는 이들을 비롯해 이환경 김홍빈 박종석 정원두 등 모두 6명이 출전해 월드컵 첫 메달에 도전한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