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 혐의를 공론화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 과학자가 “연구논문은 발목을 잘릴 각오로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joke’란 ID를 쓰는 이 과학자는 19일 젊은 생명공학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의 ‘소리마당’ 코너에 ‘논문과 발목’이란 글을 올렸다.
그는 제자의 논문을 검토하다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교신저자(논문 감수의 책임을 진 저자)란에 이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고 했다. 18년 전 자신이 석사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가 “논문은 발목을 잘릴 각오로 써야 한다”며 들려준 ‘화씨의 옥구슬(和氏之璧·화씨지벽)’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화씨(和氏)란 사람이 귀한 옥돌을 구해 왕에게 바쳤으나 왕은 보통 돌이라 여기고 화씨의 발꿈치를 자르는 중형을 내렸다. 하지만 후대의 왕이 그 진가를 알아보고 화씨를 뒤늦게 곧은 선비로 인정했다.
이 과학자는 “논문에는 진실만이 있을 뿐 하나의 흠집도 없어야 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은 논문에는 자신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는 지도교수의 말씀이 두고두고 송곳처럼 내 등을 찔러 왔다”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해 젊은 과학자들은 “감동적이다” “논문 단어 하나에도 마음을 담겠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시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